법원 "이미 해고무효 소송서 패소 확정…모순된 판단할 수 없어"
삼성SDI 해고 노동자가 '노조 와해' 사건으로 법정에 선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이모 씨가 삼성전자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 등 임원 4명과 삼성SDI 법인을 상대로 "10억6000여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씨는 1987년 삼성SDI에 입사해 국내외 공장 등에서 근무하다 2012년 6월 해고됐다.
삼성SDI가 내세운 이 씨의 해고 사유는 △ 회사를 상대로 금전과 해외 주재원 처우 보장을 요구하고 적재적 활동을 할 것이라고 협박한 점 △상사에게 폭언하고 여사원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한 점 등이다.
이에 이 씨는 자신이 삼성SDI 노조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자 회사가 보복성 해고를 한 것이라며 올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미래전략실이 (자신을) 문제 인력으로 지정해 밀착 감시하고 금전적으로 회유해 형식상 해고 사유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씨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S그룹 노사전략)에 자신의 이름이 올랐다며 부당 해고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씨가 과거에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점을 고려해 삼성SDI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전소(前訴)의 기판력 있는 법률관계가 후소(後訴)의 선결적 법률관계가 될 때 후소의 법원은 전에 한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이지만, 정당한 해고 사유가 있어 해고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조합 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거나 사용자에게 반노조 의사가 추정된다는 것만으로 해고 사유가 구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