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모금액 공적 사용…검찰, 위안부 피해자 욕보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이사장인 윤미향(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최지석 부장검사)는 14일 윤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엽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가 없음에도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신청해 등록하는 수법으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약 3억 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정대협 직원 2명과 공모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여성가족부의 ‘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에 인건비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7개 사업에서 총 6500만 원가량을 부정하게 타낸 혐의도 있다.
검찰은 정대협 상임이사이자 정의연 이사인 A(45) 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씨는 윤 의원과 함께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관할 관청의 등록 없이 단체 계좌로 총 41억 원의 기부금을 모집하고,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과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000만 원의 기부 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도 포함됐다.
윤 의원이 개인 계좌를 이용해 모금하거나 정대협 경상비 등 법인 계좌에서 이체받아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임의로 쓴 돈은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안성 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인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쉼터를 시민단체와 지역 정당 등에 50회 대여해 총 900여만 원의 수입을 올려 미신고 숙박업을 한 혐의(공중위생관리법 위반)도 적용했다.
정의연과 정대협의 부실 회계 의혹은 지난 5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대구 기자회견을 계기로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 5월 11일 시민단체들이 정의연의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의혹, 안성 쉼터 매입·매각 의혹과 관련해 전직 이사장인 윤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고발하자 같은 달 14일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정대협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제출하고 요건을 갖춰 보조금을 받았다"며 "검찰은 보조금 지원 사업을 통해 활동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인건비를 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부정과 사기로 왜곡·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은 모금에 개인 명의 계좌를 사용한 것이 업무상 횡령이라고 주장하나 모금된 금품은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고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인권상 상금' 기부에 대해 검찰이 준사기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도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했고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했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할머니의 정치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가들은 30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과 인권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국제 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려 여론을 형성하는 데 고군분투했다"며 "오늘 검찰 발표가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해주리라 믿는다"며 "좌절감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