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등포점 1층에 스니커즈 리셀 매장ㆍ신세계 타임스퀘어점 식품관 오픈…지역 특성에 맞게 차별화...내년 초 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오픈 견제
백화점의 불문율인 1층 화장품 매장 공식이 속속 깨지고 있다. 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지는 점포 입구에 식품 전문관을 과감하게 전면 배치한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에 이어 롯데백화점도 영등포점의 화장품 코너를 3층으로 이동시킨다. 대신 1층은 젊은층의 발길을 끌만한 스니커즈 리셀(Resell·재판매) 매장과 한정판 유니폼 전문점을 전면 배치한다.
롯데쇼핑은 영등포점 리뉴얼을 통해 롯데백화점 최초로 화장품 매장 전체를 3층으로 이동해 오픈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올해 말까지 진행하는 영등포점 전관 리뉴얼 작업의 일환이다. 기존에 화장품 매장이 있던 1층에는 12월부터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아웃오브 스탁’과 한정판 풋볼 레플리카 유니폼 전문점 ‘오버더피치’, 신개념 감성편의점 ‘고잉메리’를 입점시킨다.
새로 꾸며질 3층은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특화 코스메틱 콘텐츠로 구성한다. 먼저 청량리점에 이어 두번째로 ‘아모레 특화관’을 오픈하기로 했다. 이 매장은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뷰티 매장으로 밀레니얼 세대에 특화됐다. 젊은층 관심이 높은 럭셔리 향수도 전면에 내세웠다. 디올은 한국 최초로 ‘자도르’, ‘소바쥬(남자향수)’ 존을 선보이고, 샤넬도 ‘레조드 샤넬’ 존을 마련했다.
매장 구성에 변화를 준 백화점은 롯데가 처음은 아니다. 직선거리 200m 떨어진 서남권 맞수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은 연초에 1층을 아예 식품전문관으로 꾸몄다. 리빙관과 패션관 등 2개 건물 중 리빙관 1층부터 지하 2층에 걸쳐 1400평 공간을 슈퍼마켓을 비롯해 식품관으로 단장한 것. 이는 작년 10월 리빙관 전체를 생활전문관으로 꾸민 데 이은 파격적 시도다.
타임스퀘어점 식품전문관은 과일과 채소 ,수산, 정육는 물론 기존에 없던 베이커리와 카페까지 총망라했다. 정문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가 고객을 맞이하는 국내 유일 백화점이기도 하다. 특히 지하 1층은 1100평 규모의 맛집 거리 ‘고메스트리트’로 꾸몄다. 이곳에는 2019 미슐랭가이드에 선정된 ‘오장동함흥냉면’과 프리미엄 돈가스 ‘제라진’ 등 검증된 맛집을 한 곳에 모았다.
백화점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1층을 식품관이나 편집샵으로 꾸미는 시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든 파격적인 도전이다. 그동안 백화점 1층은 화려한 명품 또는 향수와 화장품을 배치해 2~3층 의류 매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점포 건물 입구에서부터 고객을 맞는 화장품과 명품은 화려함과 사치품의 대명사로 백화점만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 불황과 온라인으로의 소비 패턴 이동은 꼿꼿하던 백화점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게 했다.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으로 선회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특히 두 곳에서 직선거리 2㎞에 불과한 여의도 파크원에 내년 초 서울 최대 규모의 현대백화점 오픈이 예정돼 있어 선제 대응을 통해 고객 단속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다만 속을 뜯어보면 양사가 취한 전략은 차이가 있다. 롯데의 경우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사와 백화점 영등포점을 연결하는 통로는 3층에 위치한다. 유동인구의 유입이 주로 3층으로 이뤄지다 보니 해당층이 사실상 1층인 셈이다. 주 출입구에 백화점의 얼굴인 화장품을 배치해 MZ세대를 흡수하려는 계산이다. 2024년에는 영등포역에 신안산선이 추가되며 3층의 유동인구는 더 늘 수밖에 없다.
반면 신세계는 롯데에 비해 지하철 역사와 다소 거리가 있고, 초대형 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연결돼 타 점포에 비해 생활장르와 신선식품 매출 비중이 높다. 식품전문관은 배후 거주지인 신길뉴타운과 영등포뉴타운 등 신흥 주거지를 겨냥한 전략이다. 아울러 바로 옆 문래동에는 '한국의 테이트모던'을 목표로 대선제분 문화시설과 제2 세종문화회관이 줄줄이 오픈하는 만큼 먹거리를 강화해 집객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의 위상이 문만 열면 고객이 몰려들던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특색에 맞게 구성에 변화를 주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