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글로벌 AI 인덱스 조사 결과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 인프라와 특허를 제외하고는 관련 분야에서 모두 뒤처진 상태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가별 인공지능(AI) 수준을 비교해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에도 AI 산업 성장이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고 15일 밝혔다.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AI 생태계 수준은 54개국 중 종합순위 8위로 높았다. 하지만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총 7개 부문 중 인프라와 개발을 제외한 5개 부문에서 인덱스 점수는 중하위권 수준이라고 전경련 측은 밝혔다.
특히 인재, 운영환경, 정부전략ㆍ벤처현황 등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전 세계 AI 시장 규모가 1565억 달러(약 186조 원)로 지난해보다 12.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에는 3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중에 2023년 기준 한국 AI 시장의 예상 규모는 6400억 원으로 119억 달러인 중국의 4.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은 이처럼 한국의 우수한 인프라에도 산업성장이 더딘 이유로 정부 차원의 정책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AI인덱스에 따르면 AI에 대한 국가 차원 투자지원 등을 의미하는 ‘정부전략’ 부문에서 한국 순위는 54개국 중 31위였다.
지난해 말 ‘AI 국가전략’에서 향후 10년간 1조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정도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옥스퍼드 인사이트와 국제개발연구센터가 발표한 ‘정부의 AI 준비도 지수’에서도 한국은 2017년 4위에서 2019년 26위로 22계단 추락했다.
AI 인재도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전문인력을 의미하는 인재 부문은 11.4점으로, 1위인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AI 관련 학술논문 등 출판물의 양적 수준과 인용 정도를 의미하는 연구수준 또한 22.4점으로 22위였다.
글로벌 AI 인재 리포트 2019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최고급 AI 인재 2만2400명 중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1만0295명(46.0%), 2525명(11.3%)이 활동하는 데 비해 한국은 405명(1.8%)에 그쳤다.
신산업 규제 등 AI 벤처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한국의 비즈니스 여건도 지적했다.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데이터 활용 정책과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비자, 행정절차와 규제환경을 나타내는 운영환경 부문에서 한국은 47.1점으로 54개국 중 30위였다. 스타트업 규모와 투자를 의미하는 벤처현황 부문도 54개국 중 25위였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로 AI시장의 성장과 기존산업과의 융합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AI 선진국인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의 원천인 인재확보와 함께 빠르고 강력한 규제완화와 투자․세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해외인재 영입 및 기업의 재교육, 산학협력 프로그램 등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