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도 생각이상 빨라 ‘기후공포 경고음' 점점 커져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메가톤급 물폭탄이 미국 메릴랜드주 엘리컷시티라는 작은 마을을 뒤덮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10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진단했지만 바로 2년 뒤 다시 물폭탄이 쏟아져 이곳을 침수시켰다. 같은 해 10월에는 태평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하와이의 이스트아일랜드를 지도에서 아예 없애버렸다. 전 세계 곳곳에는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기후 재앙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다. 올여름 한국 역시 무방비 상태에서 유례없는 물폭탄을 맞았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이재민들은 저마다 “50~60년 만에 이런 기습 폭우는 처음”이라며 기막혀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폭탄 주기는 급격하게 짧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자연재해가, 영화 속에서나 등장했던 끔직한 재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형적 특성상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지금의 홍수 피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참정권 캠페인팀장은 “한국의 경우 해수면이 60cm 정도 상승하면 100년 주기의 해안지역 폭풍이 매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넷제로(net-zero·배출량 0)’로 해야 극단적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넷제로 실천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절반(50%)으로 줄이고, 매년 7.6%씩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의 심각성을 공감한 유럽 국가 등 선진국들은 이미 ‘2050년 0%’ 법제화를 완료한 상태다. 우리 정부도 올해 말까지 IPCC에 ‘2050 넷제로, 2030 50% 감축 의무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기존 탄소 감축 목표는 국제 기준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여전히 석탄, 가스발전소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나마 21대 국회 들어 ‘탄소 감축’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해당 산업이 위축된다며 경제 논리를 내세우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이유로 20대 국회에선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환경단체 출신이자 기후 관련 법안을 발의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기본적으로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