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대부분 유임 등 사실상 아베 2.0…대한국 강경 기조 인사들로 채워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16일 일본의 새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 총리가 바뀌는 건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후 7년 8개월여만이다. 같은 날 아베 신조 내각의 총사퇴와 스가 내각 출범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스가 시대’가 막을 올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16일 오전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총사퇴했다. 이에 따라 일본 중의원(하원 격)은 같은 날 오후 본회의에서 새 총리 지명선거를 실시하고 스가 총재를 제99대 총리로 뽑았다. 스가는 462표 중 314표 ‘몰표’를 받았다. 참의원(상원) 지명선거에서도 자민·공명 두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해 스가의 총리 지명은 확실시된다.
새 내각은 아베 내각 인사 및 측근들이 대거 유임돼 사실상 ‘아베 2.0’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대한국 강경파들이 포진해 그동안 얼어붙어 있던 한일 관계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정권에서 줄곧 부총리 겸 재무상을 지낸 아소 다로는 유임됐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코로나대책담당상,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 등이 유임으로 결정 났다.
내각의 핵심인 관방장관에는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이 낙점을 받았다. 그는 2년 10개월간 관방부장관으로 스가를 보좌한 인물이다.
스가가 중시하는 규제 개혁을 담당할 행정개혁·규제개혁담당상에는 고노 다로 방위상이 중용됐다. 또 스가의 핵심 정책인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추진할 총무상에는 다케다 료타 국가공안위원장이, 신설되는 디지털상에는 히라이 다쿠야 전 과학기술상이 기용됐다.
신임 방위상으로는 기시 노부오 중의원(하원) 의원이 발탁됐다. 기시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데,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성을 따랐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신설된 엑스포상에는 국토교통성 관료 출신으로, 중의원 6선 의원을 지낸 이노우에 신지가 앉게 됐다.
새 각료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소 부총리 등 8명이 유임되고 3명은 보직 변경하는 등 전체 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명이 아베 내각 인사다. 아베 정권의 극우 색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새 내각 인사 20명 중 14명이 일본 극우 정치단체인 ‘일본회의’ 소속이며 스가도 그 일원이다. 일본회의는 1997년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해 결성된 단체로, 헌법 개정 등 극우적 주장을 펼쳐왔으며 아베의 핵심 지지기반이었다.
한국에 대해 망언을 일삼거나 강경한 발언을 해왔던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스가 자신이 관방장관 시절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과거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도 ‘범죄자’ ‘테러리스트’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아소 다로는 ‘망언 제조기’로 유명하다. 그는 6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한국과 같은 취급을 하지 말라”며 “국민 수준이 다르다”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고노 다로는 외무상 시절인 지난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주도했다.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은 수출규제를 진두지휘했으며 강제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보복 조치 추진에 앞장서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