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세) 씨의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 여당이 무리한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내 역풍을 맞고 있다. 이달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조심하라”는 경고가 무색해졌다. 일각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의 ‘추미애 방어’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소속 의원들의 잇단 말실수로 민심이반을 우려한 민주당은 17일 민생 국회를 뒤늦게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대응”이라며 “일하는 국회로 권력기관 개혁 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의 '추미애 감싸기'는 시작부터 아슬아슬했다.
정청래 의원의 ‘김치찌개 청탁’, 우상호 의원이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더니 김태년 원내대표의 ‘카카오톡 휴가 연장 가능’, 홍영표 의원의 ‘쿠데타 세력의 공작’이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날 박성준 원내대변인의 ‘안중근 의사’ 비유는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추미애 장관 아들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복무 중 병가를 내고 무릎 수술을 받은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가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내부 착오와 실수", "유감"이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이 대표가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국회로) 들어오라’ 문자 논란을 계기로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님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겠다"고 당부한 이후 일주일 새에 벌어졌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는 의원들에게 말조심하라고 했지만 이 전 대표는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미애를 방어하라고 '오더'를 내린다"면서 "전현직 당 대표의 메시지가 서로 어긋난다"고 적었다.
그는 "당이 어차피 친문 일색이라 친문 좌장이 퇴임 후에도 사실상 당대표 노릇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럼 의원들은 이중 누구 말을 듣겠느냐"면서 "의원들이 말을 듣는 그 사람이 바로 민주당의 실질적인 대표"라고 부연했다.
야권은 민주당을 향해 “이성을 잃었다”며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펼치는 ‘서 일병 구하기’ 막말과 거짓말 퍼레이드에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슬그머니 내용을 삭제한 수정 논평을 내고 어정쩡한 사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박 원내대변인의 당직 사퇴와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여당의 비호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키자 추 장관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더불어 검찰이 국방부 압수수색을 통해 민원실 녹취록을 확보하는 등 수사가 빨라지면서 어떠한 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추 장관이 궁지에 몰린 모습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공식 대응 기조 속에서 여론의 향배를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여권의 행보는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만큼 중도층을 공략한 ‘외연 확장’ 보다는 ‘지지층 결집’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3주 만에 반등하며 35.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29.3%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적극적인 지지자들만 보고 발언을 쏟아내는데 이는 일반 국민 상식 수준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실제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하면 15% 정도인데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앞으로 계단처럼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