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전문가들의 입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특히 ‘여의도 학파’라 불리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시장 예측이 높은 적중성을 보여줬는데 이들이 잇따라 회사를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기며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연구원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회사를 그만두거나 새로운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시장에 대한 분석능력으로 높은 적중률을 보이며 ‘여의도 학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이상우(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홍춘욱(전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채상욱(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등 부동산 전문 연구원 3인방은 잇따라 퇴사를 택했다.
지난 해 증권사를 퇴사한 이상우 대표는 인베이드투자자문을 설립했고 홍춘욱 대표도 EAR리서치를 창업해 이전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유진투자증권에서 조선ㆍ중공업 등을 담당했지만 ‘월간 부동산’을 꾸준히 발간하고 부동산 관련 저서를 내는 등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특히 지난 해 다른 전문가들이 집값 하락을 예상할 때도 정확한 상승률을 제시하며 입지를 굳혔다. 이 대표가 이끄는 인베이드투자자문은 최근 현대차증권과 자문 계약을 맺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키움증권에서 독립해 EAR리서치를 차린 홍 대표는 독립 이후 경제 분석 강연은 물론 신문 칼럼, 팟캐스트 출연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달 퇴사한 채상욱 연구원 역시 ‘채상욱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향후 전문화된 컨텐츠로 시청자들과 만날 것임을 예고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경우 시장에서 유명세가 높지만 회사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자기 의견을 전부 말하기는 힘든 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회사에서 독립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해부터 일부 부동산 담당 연구원들의 경우 다른 증권사로 자리 바꿈도 활발하다. 우선 김규정 전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으로 이직했다. 김 소장의 영입은 한국투자증권의 VIP 서비스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전담 조직인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GWM)’를 만들어 새로 영입한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함께 세무, 부동산, 회계, 글로벌 자산배분을 아우르는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고 가업 승계를 위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에서 건설 부문 1위 자리를 수년간 차지했던 이경자 연구원의 경우 삼성증권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이 연구원은 삼성증권에서 주로 리츠 등의 분야를 담당하며 전문성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외에도 키움증권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했던 라진성 연구원은 최근 KTB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KTB투자증권에 있던 김선미 연구원은 신한금융투자로 이직해 해외부동산과 리츠 등을 맡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래 증권사 연구원들의 자리 바꿈이 잦았지만 최근 부동산 분야의 이직이 잦아지는 거 같다”면서 “그 동안 증권업계는 부동산 분야를 전통적인 커버리지의 영역으로 여기지 않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 주 고객인 고액 자산가들의 컨설팅 요구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연구원들의 필요가 커진 것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