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즈니스 환경은 CEO에게 전지전능한 역할 요구 -그러나 CEO 1인이 모두 감당할 수 없어...보완 가능한 파트너 체제로 전환해야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꼭 한 명이어야 한다?
답은 ‘No’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CEO 한 사람에 몰린 과도한 역할을 여럿이 나눠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최근 분석했다.
HBR에 따르면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강자인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올여름 최고콘텐츠책임자(CCO) 테드 서랜도스를 공동 CEO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CEO가 둘이 됐다.
이런 공동 CEO 체제는 업계에서는 낯선 그림이다. S&P500지수에 속한 기업 중에서는 극히 일부만 공동 CEO 체제를 채용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기업은 다시 1인 CEO 체제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컴퓨터 솔루션 업체 세일즈포스다. 올 2월 세일즈포스는 18개월간의 쌍둥이 CEO 체제 실험을 끝내고 마크 베니오프 단독 CEO 체제로 돌아갔다. 소프트웨어 기업 SAP도 올 4월 반년 만에 공동 CEO 모델을 버렸다. 또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작년 12월 공동 CEO였던 마크 허드가 사망한 이후 다시는 공동 CEO 체제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공동 CEO 체제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을 두고,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이 ‘두 개의 머리’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학 기업지배구조센터 책임자는 “의사결정권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지 직원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고, 두 CEO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면서 “두 개의 머리가 결코 하나보다 낫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 인기가 치솟는 넷플릭스가 시대에 역행하는 길을 선택해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넷플릭스의 공동 CEO 체제도 결국 시한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CEO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1인 CEO 체제’의 개념은 점차 20세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가 변한 만큼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상도 변하고 있으며, 그 결과 현대사회는 CEO도 짝꿍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여전히 기업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한다.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고, CEO에 대한 요구사항이 셀 수 없이 많아지면서 공동 CEO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CEO 한 사람이 홀로 조직의 전략을 결정하고, 내부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감독하면서 동시에 이해당사자들을 상대로 ‘회사의 간판’ 역할을 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도 진화했다. 조직은 더 민첩해지고, 덜 계급적이며, 갑작스러운 혼란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내 세대 이동이 진행된 결과, 과거에는 뒷전으로 밀려났던 가치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점들이 그렇다.
이런 시대적 특성은 예전과 달리 리더들에게 유연한 능력들을 요구하게 됐다. HBR가 13개국, 6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의 이상적인 리더의 자질로 독립성, 공격성, 결단력, 통제력이 아닌 공감, 이타심, 협력, 표현, 유연성, 인내가 꼽혔다.
이에 대해 HBR는 “어느 부분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는가의 문제”라고 첨언했다.
포용으로의 전환은 리더들에게 기술과 역량 확대를 요구한다. 운 좋게 우뇌와 좌뇌가 모두 발달하거나 추진력과 협동심을 모두 갖춘 리더를 만날 수 있지만, 최고의 대안은 이런 점들을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두 명의 리더를 갖는 것이다. 서로를 보완해줄 파트너가 있다면 CEO는 완벽한 존재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동 CEO 체제는 기업의 골칫거리인 고급 인재 유출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2016년 스탠퍼드비즈니스스쿨 보고서에 따르면 고위직 가운데 무려 4분의 3이 CEO에서 밀려난 이후 회사를 떠났다.
물론 두 명의 CEO를 두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여느 관계처럼 공동 CEO 체제도 지속적인 진화가 필요하다. 다만, ‘CEO는 전지전능해야 한다’는 통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