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준비
들어갈 기업 확정됐지만 11월 대선 이후로 연기 의견 있어
시스코, 이미 중국 기업과의 거래 상당 부분 끊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준비 중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시스코도 넣을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스코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라이벌인 만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을 하면 시스코는 물론 미국 정부에도 뼈 아플 것을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미국이 자국 기업에 화웨이와 각종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했을 때부터 블랙리스트를 준비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더 심해진 데다 중국 바이트댄스 산하 동영상 공유 앱 ‘틱톡’과 텐센트홀딩스가 운영하는 메신저 앱 ‘위챗’ 등에 대한 압박이 이어진 데 대한 보복 차원이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19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과 관련해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중국과 관련한 수출입 활동에 관여하거나 대중국 투자가 금지 또는 제한된다. 또 해당 기업 임직원은 중국 입국이 제한되거나 비자가 취소될 수 있다.
다만 중국 정부 내에서는 블랙리스트 발표를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선 전에 발표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한층 더 강경한 대중국 제재를 발동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중 관계가 재설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에 중국 측은 후춘화 부총리가 이끄는 그룹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확정했지만, 발표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는 이미 중국 국영 통신사 등 주요 중국 기업과의 거래가 상당 부분 끊긴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위약금을 물더라도 미국 기업과의 계약을 파기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나 미·중 양국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미국 정부의 제재에 반격하는 방법을 찾도록 지시한 결과가 이번 블랙리스트라고 분석했다.
한편 가까스로 합의에 이르렀던 틱톡 미국 사업 매각은 다시 난기류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트댄스가 계속 새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한다면 오라클과의 합의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 “합의 내용이 중국의 안보와 이익 존엄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중국 정부도 이번 합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트윗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