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시스템 단점 재조명 계기
1930년대 대공황과 비슷한 변화 촉발할지 주목
미국 CNN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자본주의에 영구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2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량 실업과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로 생계비를 보전, 이런 정부 개입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CNN은 자본주의의 대명사인 미국 경제와 사회에서의 불평등 확대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량 실직 여파로 여성과 소수민족 노동자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시행된 자녀의 원격 교육을 위해 필요한 보육이나 기술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폴 콜리어 경제학·공공정책 교수는 “운동장은 이전처럼 평평하지 않다”며 “코로나19는 이 같은 오늘날의 경제와 사회 시스템 단점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런 현 상황을 ‘자본주의의 대재설정(Great reset)’으로 규정했다.
CNN은 일련의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뒤처지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은 이를 고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자본주의에 새롭고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CNN은 현재와 비슷한 자본주의 위기 사례로 1930년대 대공황을 들었다. 대공황은 현대사에서 코로나19보다 경제를 더 황폐화시킨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CNN은 대공황은 자본주의 개혁의 계기가 됐다며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자본주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넬대의 래리 글릭먼 미국학 교수는 “대공황 이후 나왔던 각종 경감과 구제조치, 무엇보다 개혁 정책이 미래에 더 나은 경제를 만들기 위해 다시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아세모글루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나서도 이번에 드러난 모든 경제 문제를 다시 덮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변화를 잉태했다”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CNN은 위기에 직면한 자본주의에 세 가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사회안전망과 ◇세계화·자동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부채다.
CNN에 따르면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사회안전망의 균열이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근로자 요구에 더 잘 부응할 수 있는 ‘복지국가 2.0’으로 미국이 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어 더 잘 설계된 실업수당, 사람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더 저렴한 주택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세계화·자동화의 반대편에 서 있는 노동자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큰 피해를 보면서 불평등을 부각시켰다. CNN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더 나은 교육과 헬스케어를 제시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근로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힐 수 있게 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건강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지출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급증해 전 세계적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각국 리더는 막대한 부채 부담을 감수할지, 시스템을 완전히 개편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재난지원금과 통신비 지원, 임대차 보호법 소급 적용, 임대료 강제 조정 등 코로나19 속 각종 대책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전례 없는 비상사태를 맞아 위기 극복 대책도 이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시장원리가 깨지고 자본주의 기능이 저하돼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