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이자납부 실패, 현지운용사 ‘기한이익상실’ 선언
금감원, 내달 하나은행 종합검사 대상 포함
하나은행이 500억 원 규모로 판매한 영국 신재생에너지펀드의 환매 연기가 확정됐다. 자칫 앞서 사모펀드 시장을 발칵 뒤집은 라임ㆍ옵티머스 사태처럼 대규모 환매 중단 사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10월로 잠정 연기된 하나은행 종합검사에서 이번 환매 연기 사례를 검사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판매사인 하나은행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영국 신재생에너지펀드 환매 연기 확정 안내문을 전달했다. 지난달에는 환매 연기 가능성을 알리는 안내문이 발송됐다. 해당 펀드가 투자한 업체인 영국 신재생에너지기업 알링턴에너지가 3월 1차 이자 납부에 실패하면서 환매 연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 펀드는 알링턴에너지가 발전시설을 건설할 때 필요한 부지 매입과 건설 비용 대출을 위해 설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영국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알링턴에너지 사업 역시 주춤하게 됐다.
최근 현지 운용사는 현지 차주에게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한 상태다. 기한이익상실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하면서 담보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할 때 대출 회수가 이뤄진다. 현지 운용사가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했다는 것은 그만큼 알링턴에너지의 상환 능력에 대한 평가 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현재 펀드 투자자들은 법무법인 한누리와 하나은행을 상대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누리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현지 운용사로부터 받아 투자자들에게 보낸 투자 현황 보고서를 분석하고 있다”며 “해당 보고서를 보면 두 달 만에 투자 관련 내용이 갑자기 바뀌는 등 일관성 없는 부분이 있어 자세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달 환매 연기를 알리는 안내문이 투자자에게 나간 것은 맞다”며 “현재 영국 현지에서 기한이익상실선언 관련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진행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투자자에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 펀드에 대한 환매 연기 상황을 확인한 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부실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라 발생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자본 건전성과 자산 운용 현황을 엄밀히 검토해 제2의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매에 문제가 있는 펀드들은 종합검사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할 대상이고, 그런 펀드들은 이미 금감원에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종합검사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