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부과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한투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32억1500만 원의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11월 베트남 현지법인에 35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1년간 대여했다. 금융위는 2019년 6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계열사 신용공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라며 한투증권에 과징금 32억15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투증권은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직접 대출을 허용하는 취지로 개정됐는데, 이는 금지 규정보다 나중에 개정돼 신법ㆍ특별법 우선의 원칙 등에 비춰 신용공여가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금지 규정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허용이 종투사 모회사의 자금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입법된 것”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투증권은 해외법인에 신용공여를 한 것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모회사의 부정한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금융투자업자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라는 금융위 정책 기조에 부합하게 이뤄진 행위라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은 한투증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신용공여로 해외법인이 받은 대출금은 궁극적으로 한투증권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사용됐고, 이는 자회사의 자금을 융통해 모회사의 자본을 확충하는 결과가 됐다”며 “한투증권도 그런 사정을 사전에 논의한 후 신용공여를 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투증권은 대규모 자본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으로 자본시장법 준수를 위해 높은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런데도 금융감독원에 이메일로 문의한 것 외에 내ㆍ외부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거치거나 금융위에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질의하는 등으로 신용공여의 가부를 신중히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