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공무원 요구로 조달청과 맺은 계약과 다른 제품을 납품했어도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폐쇄회로(CC)TV 생산업체 A사가 중소기업중앙회를 상대로 낸 직접생산확인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6년 조달청이 발주한 군청 CCTV 구매·설치 사업을 제품 직접생산·납품 조건으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군청 담당 공무원은 기존 시스템과 호환돼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특정 업체 완제품을 구매해 납품하도록 요구했다. A사는 불이익 받을 것을 우려해 요구대로 따랐다.
감사원은 2018년 이를 적발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정직 징계처분을 요구하고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계약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7월 A사의 직접생산 확인증명을 취소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해당 지자체는 이 사건 계약의 수요기관이기에 회사는 지자체의 견해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며 “담당 공무원이 지시한 것으로 (회사에) 귀책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데 직접생산 확인을 취소한 것은 신뢰보호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사와 조달청이 체결한 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지자체는 수익자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수요기관 감독관의 요구에 따라 계약 내용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부조달계약이 거치는 엄격한 절차와 투명성·공정성에 비춰보면 수요기관이 자유롭게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다”며 “수요기관이 완제품 납품을 요구해도 조달청과의 계약 내용대로 이행할 것을 제안해야 했고, 지자체가 강요하면 이를 조달청에 고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