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는데 이것조차 싫다 한다" 주장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정경제 3법'은 최소한의 조치"라며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을 두고 "사이비 시장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배근 교수는 28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정경제 3법조차도 안 받아주는 사람은 시장 경제를 신봉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고 싶다"며 "(반대 의견은) 사이비 시장주의라고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은 최근 논란이 되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 감독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야 모두 개정안에 합의했지만, 재계는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라며 '기업규제 3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정경제 3법 중 논란이 큰 법안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 중에서 감사를 뽑는 대신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해 대주주로부터 독립성을 강화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이사에게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배근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대해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감사위원이 3명인데, 이 중 1명 정도만 총회에서 분리 선출하자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법안에 대해서도 "법안이 통과되면 소송이 많아진다는 주장이 있는데, 소송하는 주주가 이겨도 이익이 자기 돈이 되지 않고, 모회사 기업의 이익으로 들어간다. 만약에 소송에서 지더라도 자기가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굉장히 공익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배근 교수는 오히려 상법 개정안에 '집중투표제'가 빠져 개정안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지 않고,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해주지만, 현행법에서는 기업이 정관으로 집중 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다.
공정거래법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사익 편취를 안 하면 되는 문제다"라고 역설했다. 이 개정안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곳에서 20% 이상까지 확대하도록 하고,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배근 교수는 "(공정거래)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적용하기 힘들게 돼 있다"라며 "이렇게까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는데 이것조차 (기업이) 싫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15%로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최배근 교수는 "재벌 총수들의 지배권 남용을 완화하는 조치"라며 "15% 완화도 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하게 해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쟁점인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서도 최배근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속고발권 역시 시민 단체에서는 미흡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기업이) 이 정도는 받아줘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속고발제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처분이 가능한 법안으로, 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가격·공급 담합 등 중대·명백한 공동행위를 검사가 직접 공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도 (지금의 공정경제 3법이) 자기가 만든 것보다 약하다고 말했다"라며 "이 정도 (규제)는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의 반발에도 정부와 여당 공정경제 3법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 국회 안에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