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5일 최대주주가 현정은 회장 외 17인에서 현대네트워크 외 17인을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변경 전 최대주주였던 현 회장 지분은 8.20%에서 7.95%로 줄었고 현대네트워크는 8.03%에서 10.77%로 늘었다.
현대네트워크의 지분 증가는 과거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행사에 기인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5년 20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이듬해 콜옵션을 행사해 40%를 조기 상환하고 이를 현 회장과 현대네트워크에 각각 414억 원, 435억 원에 양도했다. 현대네트워크는 이후 전환사채 매도청구권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매각했고 이번에 잔여 청구권 120만여 주를 행사해 지분이 늘게 됐다.
이에 현대네트워크를 통한 경영 승계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 회장을 비롯해 현 회장의 세 자녀가 현대네트워크 지분을 100% 갖고 있어서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으로 그룹 내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위에 지배회사를 두는 ‘옥상옥’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 회장이 가진 지분 91.30% 중 절반가량을 첫째 딸인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에게 증여만 해도 정지이→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현대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 절감 메리트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 전무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이 0.31%에 불과하다. 코스피 상장사로 현재 4만 원대 초반인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고려하면 현 회장의 지분 가치는 1300억 원에 육박해 증여세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상장 회사인 현대네트워크는 작년 말 기준 주당순자산가치가 2만3000원꼴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증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한편 현대그룹 3세인 정 전무와 차녀 정영이 차장은 현대무벡스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네트워크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무는 2004년 현대상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으며 2006년 현대무벡스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