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에서 장사한 지 40년 만에 이런 명절은 처음입니다. 그래도 추석이라고 손님이 있긴 있으니… 기다려봐야죠.”
28일 오전 추석 연휴를 앞둔 서울시 남대문시장 매대에는 명절 분위기가 한창이다. 떡집은 여러 가지 빛깔 송편을 빚어 내놨고, 손님들은 토란이 포장된 봉지를 들여다보며 알이 굵은 것을 찾느라 분주했다.
명절을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썰렁했던 남대문시장에 손님들이 오가는 수가 조금이나마 늘었다. 의류 쇼핑을 위해 남대문시장에 자주 방문한다는 한 고객은 “그래도 오늘은 시장에 사람이 좀 다니는 편”이라며 “추석 준비도 할 겸 둘러볼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대추 한 상자를 사고 땅콩 한 주먹을 ‘서비스’로 받았다.
주택가 주변에 있는 시장도 오랜만에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서울시 강동구에 있는 둔촌역전통시장은 명절을 앞두고 코로나19로 힘들던 찰나에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곧 추석 아니냐”며 “손님이 좀 늘었다”며 웃었다.
둔촌시장 근처 주택에 사는 B씨(66)도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오전부터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시장에 자주 오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사람이 많다”며 “명절 분위기가 나려나 했는데 전도 팔고 좋지 않냐”고 되물었다.
김성일 둔촌역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래도 상인이 전부 다 힘들다”면서도 “그래도 명절을 앞두고 직접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평소보다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걱정 일색이다. 손님이 늘었대도 관광객이 대폭 줄면서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택트(비대면)’ 추석을 보내려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이 얼마나 늘지도 불투명하다.
남대문시장에서 견과류, 건어물 등을 판매하고 있는 C씨는 “정말 40년 만에 이런 명절은 처음”이라며 “명절을 앞두고 쉴 수는 없어 나오긴 했는데 작년에 비하면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국내외 관광객이 없어 일 년 내내 매출이 좋지 않은데 명절만 ‘반짝’한다고 손실이 메꿔지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도 그렇지만 경기 자체가 나빠서 뭘 많이 사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남대문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D씨(59)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늘에 앉아 토란을 다듬던 D씨는 “전에 비하면 너무 (매출이) 나쁘다”며 “명절이면 이렇게 앉아서 일할 새도 없이 손님이 북적였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D씨는 “그래도 추석이라고 오가는 사람이 평소보단 많긴 하다”며 “보통 오후 2~3시쯤 장을 보러 오시니 기다려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