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철 삼성전자 IM 제품기획팀장 인터뷰
삼성전자가 10년 동안 일군 갤럭시S 발전사(史)를 숫자 네 개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시장점유율은 3%에서 20%까지 6배가량 뛰며 ‘스마트폰 시장 왕좌’를 수년 동안 지켰다. 소비자 신뢰를 얻으며 판매량도 10배 넘게 늘어났다. 전략 제품 10개를 넘어서며 어느덧 모델명엔 ‘20’이라는 수가 훈장처럼 붙었다.
하지만 간단한 숫자 네 개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은 절대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갤럭시S 출범 이전 내놓은 스마트폰인 옴니아 시리즈가 소비자들의 혹평과 함께 단종되며 출발 지점부터 불리했다. 후발주자로 나선 탓에 과감한 도전에 직면해야 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뀌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 혁신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단순 터치스크린에서 접었다 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부가기능 정도로 여겨졌던 카메라는 어느새 기존 카메라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진화했다. 점점 빨라지는 기술 혁신 속도에 시중에선 “삼성전자엔 외계인이 근무하고 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 정도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제품기획팀장(전무)은 이러한 갤럭시S 발전사를 현장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유럽연구소에 파견돼 현지 시장을 익혔고, 갤럭시S 시리즈가 시작된 2010년부터 개발관리 그룹장을 맡으며 줄곧 스마트폰 제품 개발 업무에 몸담아왔다.
채 전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 갤럭시 시리즈의 철학을 ‘한계를 뛰어넘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은하계(GALAXY)라는 단어 뜻 그대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생태계라는 의미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채 전무는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폰 개발 시 새로 도입하려는 기술이 실제로 사용자를 위한 것인가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한다”라며 “기술이 얼마나 새로운지, 얼마나 혁신적인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기술을 통해 일상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느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인상적인 상품개발 경험으로는 갤럭시S7을 기획하던 과정을 꼽았다.
“갤럭시S7 개발 당시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하면서 제품 종류만큼이나 소비자의 경험과 요구가 고도화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소비자 조사를 강화했다. 갤럭시S6 미구매 요인부터 시작해 온라인 내 고객의 소리(VOC), 소셜미디어 반응, 빅데이터가 모두 분석대상이자 아이디어 창구였다.”
채 전무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분석 결과에 따라 다시 탑재한 방수기능, 늘어난 배터리 사용시간,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모두 갤럭시S7의 대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갤럭시 Z폴드2도 철저한 소비자 조사 과정을 거쳤다. 특히 반쯤 접은 채로 고정하면 위아래 화면이 분할되는 기능인 ‘플렉스 모드’의 경우 상품기획·개발·UX 팀이 참여한 전담반을 통해서 1년 넘게 준비한 결과다.
채 전무는 “‘셀카를 찍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보았을 때 행복함을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다가올 10년 역시 쉽지만은 않다.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몇 년 새 상향 평준화된 중국산 스마트폰들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의 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러 번 스마트폰을 교체하고 새로 사는 과정에서 소비자 요구가 다중적이고 복잡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굉장히 다양하게 분화된 욕구에 대응하면서도, 공통적인 기대치는 충족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 전무는 삼성 스마트폰의 향후 10년 전략으로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제시했다. 아무리 새롭고 좋은 기능이 경쟁사에서 나오더라도, 각자의 사용패턴과 습관에 최적화된 생태계에 소비자가 익숙해져 있다면 이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주력 제품 뿐 아니라 갤럭시M·A라인, 웨어러블까지 ‘갤럭시 생태계’를 꾸준히 넓혀온 것,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한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해서 출시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5G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포함한 기술 융합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스마트폰 업계 리더로서 안드로이드 에코 시스템을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시켜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 그리고 사용자 경험을 지속해서 고민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