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거래 동향은 중요한 지표 중 하다.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올 3분기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쓸어 담았다. 증시 전문가는 최근 미 증시 훈풍에 원화가치 강세까지 더해지면서 4분기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귀환을 전망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월부터 9월까지 2조6456억 원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관도 10조7607억 원을 순매도했으며 개인만 13조3760억 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총 64거래일 중 25일에 한해 순매수세를 보였다. 25거래일 합산 매수 규모는 5조4842억 원이다. 3분기 동안 8조 원가량 팔아치운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외국인들은 크지 않은 매수세 속에서도 삼성전자를 주로 담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4306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 같은 강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주 등 잇따른 호재에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주가 원화 강세 구간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 이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며 "우리 IT·자동차 기업들은 상반기 이어 하반기에도 차별화된 실적 모멘텀이 기대된다. 외국인 수급이 돌아온다면 가장 큰 수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신풍제약이 2위를 기록했다. 3분기 동안 외국인은 6008억 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신풍제약의 주가는 3분기 들어서 지난 6월 말 3만200원에서 현재 12만6500원(29일 종가)으로 319%가량 뛰었다.
다만, 최근 신풍제약 주가는 약세를 보인다. 21일 대규모 자사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점 논란이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21일 신풍제약은 자사주 128만9550주를 주당 16만7000원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신풍제약이 보유한 전체 자사주(500만3511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에 22일 주가는 14% 이상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신풍제약 주식 1931억 원어치를 순매도에 나섰다. 주가는 장중 한때 24% 넘게 떨어졌다. 1878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 덕분에 하락 폭이 줄었다.
이 밖에도 3분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LG전자, LG생활건강, KB금융, CJ제일제당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4분기 국내 증시에선 외국인 복귀 전망에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중국의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한국 원화 가치도 덩달아 오르면서 국내 증시 유입의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4~16일 외국인들은 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 자금은 가장 먼저 반도체 업종으로 몰리고 있다. 9월 들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화학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업종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나오면서 관련 업종에 매수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맞다"며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관련 종목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