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생 예상 취업률 44.5% 그쳐…대학생 10명 중 8명 "채용 환경 작년보다 어려워"
올해 졸업하는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의 채용 문이 좁아지면서 청년들이 취업 절벽으로 내몰린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일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올해 졸업생 예상 취업률은 44.5%로, 과반인 55.5%가 직업을 구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졸업생들의 예상 취업률이 50%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조사대상의 60.5%에 달했다. 2014년 이후 5년간 전국 4년제 대학졸업생들의 실제 취업률이 62.6~64.5%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대학졸업생 예상 취업률 44.5%는 매우 낮은 편이다.
대학생 75.5%는 올해 대졸 신규채용 환경이 ‘작년보다 어렵다’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똑같은 답을 한 비중은 46.1%였지만, 1년 새 29.4%포인트(p)나 늘어났다.
반면, 취업 난이도가 ‘작년과 비슷’하다는 비중은 올해 9.1%로 작년의 30.6%에서 21.5%p 하락했으며, ‘작년보다 좋다’는 응답 비중도 올해 1.3%로 작년의 2.5%보다 1.2%p 낮았다.
취업 난이도를 반기별로 살펴보면, 대학생의 56.8%는 올해 하반기 취업환경이 고용난이 심했던 상반기보다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보다 좋다’고 응답한 비중은 1.6%에 불과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취업준비과정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채용기회 감소로 인한 입사경쟁 심화’(38.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체험형 인턴 등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25.4%), ‘단기 일자리 감소 등 취업준비의 경제적 부담 증가’(18.2%), ‘심리적 위축 가중’(17.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과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의 괴리도 커졌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은 △공기업(21.5%) △대기업(16.8%) △정부(공무원)(16.8%) △중견기업(15.6%) △중소기업(11.8%) △외국계 기업(9.0%), △금융기관(3.9%)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중소기업(25.0%) △중견기업(19.1%) △공기업(16.0%) △정부(공무원)(15.9%) △대기업(8.6%) △외국계 기업(6.0%) 등의 순서였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중소기업의 취업 예상 비중이 17.3%에서 7.7%p나 올라 가장 많이 증가했고, 대기업은 14.8%에서 6.2%p나 떨어져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비대면 채용에 대해서는 과반인 50.6%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 비중은 21.4%에 그쳤다.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대학생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 방지’(4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채용 진행 단계의 비용과 시간 절약’(28.6%), ‘채용기회의 공정성 강화’(17.1%), ‘평가 기준의 객관성·공정성 강화’(11.2%) 순으로 응답했다.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이유는 ‘대면 방식보다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움’(41.4%)이 가장 많았다. 이어서 ‘부정행위의 가능성 증가’(25.8%), ‘시험·면접단계의 관리·감독 미흡’(19.4%), ‘전자기기 고장 또는 네트워크 오류 발생 가능성’(12.3%) 순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고용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이 급속히 둔화하면서, 청년 취업 시장은 그야말로 긴 어둠의 터널에 갇혀있다”라며, “청년들의 고용난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규제 혁파, 고용 유연성 확보 등 기업들의 고용 여력 확충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