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S&P500 기업 순이익 9.2% 감소 전망”
IT·통신서비스 부문은 두 자릿수 감소폭 보일 듯
바이든 후보가 내건 법인세율 인상 정책에 IT 대기업들의 순이익이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고 기업들에 새로운 최저한세(Minimum Tax)를 부과하며 해외 수입에 대해 증세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최저한세는 법인이나 개인이 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과세부담 형평성과 재정 확보를 위해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 팀은 “바이든의 세금 공약은 S&P500 기업의 순이익을 9.2% 감소시킬 것”이라며 “특히 IT와 통신 서비스, 재량소비재 업종은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보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 부문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등 올해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종목이 대거 포함돼 있다.
즉, 바이든의 공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동안 시장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됐던 선도 종목들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올해 증시 랠리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지수는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3월 말 저점 대비 50% 폭등했으며 올 들어 지금까지 상승폭은 3.6%에 달했다.
헌팅턴프라이빗뱅크의 차드 오비어트 투자 관리 부문 이사는 “3월 저점 이후 시장을 이끌었던 주요 성장주들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그들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증세 아이디어에 아직 시장이 반영하지 못한 역풍을 맞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특히 해외 수입에 대한 세금 인상이 기술주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은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60.3%를 미국에서 창출한다. 반면 기술 부문은 그 비중이 43.5%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또 “최상위층에 대한 자본소득세율을 높이라는 바이든의 요구가 미국 증시 모멘텀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WSJ는 투자자들이 벌써 바이든의 세금 인상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지 않는 이상 바이든이 당선돼도 증세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기회복이 예상에 못 미치면 증세 시도가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설령 세금이 올라도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법인 소득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재정적자 축소 방안에 서명했다. 이후 S&P지수는 1994년 약간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기술 혁신과 세계화의 시기였던 나머지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