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년)’는 주식 브로커 조던 벨포트의 자전적 소설 ‘월가의 늑대’를 각색한 블랙코미디다. 벨포트는 1990년대 주식 거품을 유도한 뒤 차익을 내고 되파는 수법으로 억만장자가 된 입지전적(?) 인물. 영화 초반 스물두 살의 청년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는 그 꿈을 이루기에 가장 적절한 곳에서 등장한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 월스트리트에서다.
영화속 얘기다. 2020년 월스트리트에는 대박을 꿈꾸는 밀레니얼(2030 청년세대)이 흔하다. 흔히 ‘로빈후더’라 일컫는다.
1300만에 달하는 로빈후더는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기존 시장의 고정관념을 깼다.
이들의 힘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지난 5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과의 한판 대결이 잘 말해준다. 아이칸 회장의 완패다.
코로나19 이후 넘치는 유동성은 또 다른 전통 경제상식을 뿌리째 흔든다. 그 밑 바탕에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MMT)’이 있다. 공격적이며 적극적인 국가와 재정 정책을 주장한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지한 게 ‘MMT’이다.
지금 껏 경제상식으로는 국가가 화폐를 과도하게 찍어내면 재정적자가 늘고,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코로나19 정국에서는 그저 옛 이론일 뿐이다. 미국을 보자. 6월 말 현재 국가부채가 20조5300만 달러(한화 2경 3760조 원)로 지난해 말(17조 달러)보다 20% 이상 늘었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남의 얘기다. 오히려 미국 10년 국채의 수익률은 1년 전만 해도 2% 수준이었지만, 최근 0%대에서 놀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가하는 부채가 통화를 평가절하(인플레이션 유발)할 것이라는 이론도 잘못됐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안전자산인 금은 시장의 불안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최근 금값 상승세는 단순하게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우려에도 위험자산인 주식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2000달러는 넘나드는 금값을 두고 골드만삭스그룹은 2300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은 2500~3000달러를 각각 예상했다. 기존 통화에 대한 불신이 금에 투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규모 개방경제(스몰오픈 이코노미)인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은 ‘빚투’로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새로 시장에 뛰어든 ‘개미’의 과반은 20·30세대다. 이들은 부동산가격 폭등을 부추긴 패닉바잉(공황매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넘치는 유동성이 촉매제가 됐다. 경제전문가들은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 상식 밖 투자라고 지적이다.
‘코로나 돈풀기’에도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한참 밑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9%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힘을 받는 ‘현대통화이론(MMT)’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허건형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MMT에 근거한 공격적 재정지출이 이뤄지더라도 실물경기의 ‘V’자형 반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