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DC, 코로나 공기 감염 가능성 인정…번복했던 지침 유지

입력 2020-10-0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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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흘 만에 철회했던 공기 감염 가능성 다시 인정
“환기되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퍼질 수 있어”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CDC는 5일 지침을 업데이트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 방식에 대한 지침을 업데이트하며 제한적 상황에서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 지난달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다가 갑자기 철회하며 논란을 자초한 CDC가 결국 해당 지침을 유지한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CDC는 이날 수정된 지침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환기가 되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퍼질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머물렀던 장소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거나 6피트(약 1.8m) 떨어진 사람으로부터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CDC는 해당 사례가 극히 제한적이라며 “공기 감염보다 긴밀한 접촉을 통한 감염 사례가 훨씬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

수정 지침은 코로나19 환자가 숨 쉬는 동안 생성된 호흡기 방울이 공기 중에 남아 바이러스 입자를 형성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무증상 확진자에 대해 “감염됐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CDC는 “다른 사람들과 6피트 간격을 유지한 채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으면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CDC는 지난달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서 감염될 수 있다는 지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가 사흘 만에 이를 삭제해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다. 당시 “새로운 지침의 초안이 홈페이지에 실수로 게시된 것이며 업데이트 후 다시 발표하겠다”는 해명이 나오자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지침을 급히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CDC는 “우리 기관이 전적으로 지침 수정의 권한을 갖고 있다”며 실수였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CDC는 이날 수정 지침을 발표하며 “공기 감염의 조사 결과는 과학을 기반으로 한다”며 “철저한 검토 후에도 지침이 유지됐다”고 전했다.

CDC의 코로나19 지침은 이전부터 늦장 대처라는 지적을 받았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CDC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4월까지 마스크 권고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또 7월에 이미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 세계보건기구(WHO)보다 이날 3개월이나 늦게 지침을 업데이트한 것도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코로나19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등교 개학과 경제 활동 재개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미국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기 감염 가능성을 2월에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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