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 확대에 압박 커져

입력 2020-10-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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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유 수입서 미국 비중 0.4%→7%로
사우디는 1월 19%서 9월 15%로 낮아져

▲중국의 국가별 원유 수입 비중 추이. 단위 %. 위에서부터 미국/중동 기타 국가/사우디/세계 다른 지역.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에 다른 시장을 모색하거나 원유를 계속 보관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우디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원유 수요 약화와 공급과잉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미국이라는 막강한 경쟁자와 붙게 된 것이다. 영국 런던 소재 원유시장 분석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중국 원유 수입에서 미국 비중은 1월의 0.4%에서 9월 중순 7%로 커졌다. 반면 중국의 전통적인 원유 공급국이었던 사우디 비중은 19%에서 15%로 낮아졌다.

스위스 페트로-로지스틱스의 버진니 바흐닉 선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조선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10월 말에 하루 7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1단계 무역합의에 미국산 원유 수입 늘려

올해 초 중국은 세계 주요 2개국(G2) 사이의 고조되는 무역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 일환으로 미국산 농산품과 에너지 제품 등의 수입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그 대가로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은 내년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524억 달러(약 61조 원) 상당의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수입은 약속한 분량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연초 중국 경기침체 등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석유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페트로-로지스틱스의 대니얼 거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미국과의 약속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이는 세계의 전통적인 석유 무역 경로를 무너뜨리고 유가를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등의 불’ 사우디, 가격 인하·미판매분 원유 저장 등 대책 부심

미국의 대중국 원유 수출 증가라는 날벼락을 맞게 된 사우디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다른 아시아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원유 가격을 인하했다.

프랑스 파리 소재 원자재 분석업체 카이로스에 따르면 지난달 20일까지 2주간 사우디 국내 원유 재고는 그 이전 2주보다 7% 늘어난 8100만 배럴로,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사우디는 자국은 물론 이집트와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곳곳에 있는 창고에 미판매분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

다른 중동 산유국도 타격…전망 엇갈려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페트로-로지스틱스 분석에 따르면 사우디를 제외한 걸프협력회의 회원국들의 대중국 수출은 9월에 하루 160만 배럴에 그쳤다. 이는 4~7월 평균에 비해 최소 40만 배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할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1단계 무역합의는 내년 말 만료될 예정이다. 중국 정유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중동과 러시아, 서아프리카산 원유를 사용했다. 다음 달 미국 대선 이후 정부가 바뀌거나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하고 나서 전략을 바꾸면 중국의 지속적인 미국 상품 구매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경제와 지정학적 갈등의 맥락을 살펴보면 이런 가능성은 더 크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현재 추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텍사의 미국 휴스턴 사무소 소장인 클레이 시겔은 “중국과 미국의 원유 거래가 지속될 수 있다”며 “중국 정유업체는 이미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수요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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