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몽니’로 수백만 명 벼랑 끝...퇴원 하루 만에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

입력 2020-10-07 09:25수정 2020-10-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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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민주당과 경기부양책 협상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에 초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병원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한 지 하루 만에 민주당과의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을 지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과의 경기부양책 협상을 돌연 중단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했다가 백악관으로 복귀한 지 하루 만에 내린 조치다. 대선을 앞두고 마음이 다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과의 경기부양책 협상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부양책 협상팀에 협상을 (11월 3일) 대선 이후까지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내가 승리한 이후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과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 범죄율 높은 민주당 주 지원 초점…협상 중단 책임”

그러면서 협상 중단에 대한 책임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범죄율이 높은 민주당 주(州)를 지원하려고 2조4000억 달러(약 28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했다”면서 “이는 코로나19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1조6000억 달러 규모로 아주 관대한 제안을 내놨음에도 펠로시 의장이 선의로 협상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 소식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전날까지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전화통화로 한 시간에 걸쳐 경기부양책 관련 협의를 했다. 이날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진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확진으로 메릴랜드 주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 이후 경기부양책 협상 타결을 촉구한 바 있다.

펠로시 “트럼프, 본색 드러냈다” 반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상 대신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자 인준에 초점을 맞추려는 전략을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에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에게 배럿 지명에 모든 초점을 맞추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색을 드러냈다”면서 “국가보다 자신을 우선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직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인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의회가 코로나19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하자 3월 통과시킨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과 중소업체를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 7월 말과 8월 각각 만료된 상태다. 교착 상태가 길어지던 협상은 양측이 미국 성인에 1200달러 현금 지급, 2차 PPP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다만 일부 사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펠로시 의장은 주와 지방정부에 4360억 달러의 지원금을 줘야한다고 한 반면 므누신 장관은 2500억 달러를 주장했다. 또 펠로시 의장이 주당 600달러의 실업수당을 내년 1월까지 지급하자고 제시한 반면 므누신은 400달러를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예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없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미국)가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면서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회복 지연시킬 수 있어” 비난 빗발쳐

이에 대해 CNBC는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약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비농업 일자리가 66만1000개 늘었지만 예상보다 약한 수준으로 경제 회복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업률도 7.9%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경제 인식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도 결이 다르다. 이날 트럼프가 협상 중단 소식을 알리기 불과 몇 시간 전, 파월 의장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지연이 경기 회복을 늦추고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추가 경기부양책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측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재러드 번스타인 바이든 캠프 경제 자문은 “미국인 수백만 명이 굶주림과 퇴거 위기에 내몰렸고 일자리 회복이 더딘 상황인데 경기부양책 협상을 중단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트럼프의 부족한 리더십이 계속해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금융시장도 요동

시장도 갑작스러운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소식에 충격을 받아 요동쳤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34%, S&P500지수는 1.40% 각각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57% 떨어졌다. 국제유가인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허리케인 델타가 미국 멕시코만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날 3.7% 급등한 배럴당 40.67달러로 정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트럼프의 경기부양책 협상 중단 소식에 2.5% 급락하면서 배럴당 40달러 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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