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알고리즘, 가치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편향성 자극"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색 알고리즘 조작을 이유로 네이버에 2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포털 공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뉴스 검색 알고리즘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 교수는 7일 방송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사례는 네이버(플랫폼)가 사기업의 좌판이고 자기들이 원할 때는 원하는 대로 (알고리즘을) 조정한다는 걸 일부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2010~2017년 사이 검색 알고리즘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자사 쇼핑과 자사 동영상의 노출 빈도와 점유율을 올렸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그동안 플랫폼이 공개하지 않던 검색 알고리즘을 사실상 조작하다 적발된 첫 사례다.
송경재 교수는 뉴스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가치중립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보통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대개 가치 중립적이고 공정할 거로 생각하는데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인공지능이 오히려 편향성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취향의 영상을 보면 계속 연관된 뉴스만 나오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이지 않은데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개입됐기에 공정하고 가치 중립적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송경재 교수는 "알고리즘은 결과적으로 다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그렇게 가치 중립적이지 않은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이 되게 공정하고 가치 중립적인 알고리즘이라고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송경재 교수는 검색 알고리즘을 담당하는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보이지 않는 블랙박스가 되어 버렸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딥러닝이란 컴퓨터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사물을 분별하도록 학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을 통한 자기학습으로 추천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간다. 사용자가 많이 보는 뉴스, 다른 사람이 많이 추천하는 뉴스, 댓글이 많은 뉴스 등을 취합해 알고리즘을 고쳐간다.
송경재 교수에 따르면 2018년 말 네이버는 인공지능알고리즘검증위원회라는 자체 위원회를 만들어 알고리즘을 검증한 바 있다. 알고리즘에 여러 가지 변수를 넣은 뒤, 그 변수의 결과 도출 여부를 검증했다.
그는 "애초 설계는 30~40가지의 변수를 투입했는데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계속 학습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어떤 결과로 노출이 되는지 아무도 모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애초 여러 기준 아래에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는 것이다.
송경재 교수는 "유럽연합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알고리즘에)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단추를 만들었다"며 "현재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을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 의혹을 계속 낳는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중립적인 가치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는데, 그러기에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크다"며 "(플랫폼이) 사기업이지만 공공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딜레마"라고 했다.
한편 네이버는 공정위가 시정 명령과 과징금 267억원을 물린 데 대해 즉각 불복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지적한 쇼핑과 동영상 검색 로직 개편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검색 니즈에 맞춰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다른 업체 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