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을 ‘유전자(DNA)’ 편집 조작 기술 개발자들이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 올해의 화학상 수상자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프랑스)와 제니퍼 우드나(미국)를 선정했다.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CRISPR-cas9(크리스토퍼 카스 나인)’ 기술 개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5년 유전자 복구 메커니즘 규명에 성공한 토마스 린달·폴 모드리치·아지르 산자르 이후 5년 만에 생리 의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배출됐다.
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노벨화학상 발표 직후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유전자를 자르고 편집하는 메커니즘 모두가 화학반응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이 둘이) 노벨화학상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판독이나 조정 기술이 고도화되고 다양화됨에 따라 생명과학과 화학 분야의 교류가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올해 노벨위원회는 기초 과학이 기술로 넘어가는 중개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크리스토퍼 카스 나인의 기본 개념은 박테리아로부터 출발한다.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 DNA 절단 효소로 특정 유전자를 지워버리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우드나는 박테리아를 본떠 특정 유전자 서열을 조작할 수 있다고 아이디어를 냈고, 실제 구현에 성공했다.
학계에서는 크리스토퍼 카스 나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농산물의 육종 개량에 활용될 수 있으며, 악성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암 치료 등에 큰 보탬이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의 상용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질병 치료가 아니라 생식 세포에 해당 기술이 적용될 수 있어서다. 외모·지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경우 슈퍼 인종을 만들어내 윤리적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농식품 품종 개량에 대한 거부감도 뇌관이 될 수 있다. 김학중 교수는 “실제로 유전자 가위를 통해 채소나 과일을 훨씬 더 함량이 높게 조작하는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며 “GMO에 대한 규제도 심리적 장벽도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이 해소된다면 생산성 높은 산물을 만드는 데 거의 곧바로라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제니퍼 우드나 이후에 대한 기대도 모였다. 기초 과학과 기술을 매개하는 연구에 올해 노벨 위원회가 가치를 부여한 만큼, 이후 유전자 가위 기술 상용화에서 앞서나가는 연구자가 다음 노벨화학상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 겸 IBS 유전체교정 연구단 수석연구위원이 그 후보다. 김진수 교수는 사람·동물·식물 세포에서 유전병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를 교정, 난치성 질환을 원천치료 기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상의 관행을 고려했을 때 수상 가능성을 확신하긴 어렵다”면서도 “김진수 교수의 업적도 오늘 노벨상을 받으신 분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