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獨-日 긴장관계 조성하는 소녀상 철거 명령

입력 2020-10-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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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도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명령했다.

베를린 미테구(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한국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에 오는 14일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미테구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을 하고 비용을 코리아협의회에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철거 이유로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을 설치, 독일과 일본 간 긴장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성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동상 설치에 동의했는데,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며 “공공장소의 일방적인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테구청의 철거 공문은 최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베를린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왔다. 소녀상 설치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철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독일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다. 독일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독 일본대사관은 최근 베를린 당국에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짧은 설명이 담겨있다.

코리아협의회 측은 애초 허가 과정에서 설명문을 제출해달라는 요청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우선 미테구와 대화를 통해 설득할 것”이라며 “코리아협의회가 독일에서 위안부 문제 등 전쟁 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해왔는데 ‘공공장소를 도구화했다’는 지적은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현지에서 연대해 온 50여개 시민단체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철거 보류를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아직 법률 자문을 받지 못한 상황으로, 변호사 비용 마련을 위해 후원계좌로 모금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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