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감정 좋지 않은 이스라엘 출신 캐스팅에 반감
화이트워싱 논란까지 더해져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가돗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분들이 들었다시피 나는 패티 젠킨스 감독과 함께 팀을 이뤄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그녀를 보여줄 것”이라며 “클레오파트라는 내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캐스팅 발표는 곧장 격렬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가장 큰 쟁점은 이스라엘 배우가 이집트의 역사적 인물인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한다는 점이다. 아랍권과 이스라엘은 영토 분쟁 문제로 수 세기간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1948년부터 1970년대까지 중동 전쟁을 치른 후에는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왕래가 전혀 없다시피 했을 정도다. 이집트는 1979년 아랍권에서는 최초로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했지만, 여전히 이집트 국민은 이스라엘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갤 가돗은 원더우먼 개봉 전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라 유대인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이집트인들이 그녀의 캐스팅 소식에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가돗의 캐스팅을 옹호하는 이들은 시오니스트 논란 이후 가돗이 이스라엘의 폐쇄적인 태도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적도 있다며 그의 행보를 지지했다.
이번 캐스팅에서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것은 인종과 관계없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워싱’을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북아프리카 지역 이집트 왕국의 여왕이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3편 모두 백인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클레오파트라가 마케도니아에서 넘어온 프톨레마이오스 왕가의 자손이니 화이트워싱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클레오파트라와 갤 가돗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하게 보면 주연 캐스팅에 대한 불만이지만, 그 배경에는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오랜 감정의 골이 자리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