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수백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해 10월 기준 KAIST내 2년 미만 근속 위촉 근로자는 464명에 이른다고 14일 밝혔다. KAIST는 규칙을 개정, 2019년 9월 1일자로 이들에 대해 2년 초과 근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넣었다.
KAIST의 이와 같은 조치는 기간제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까지 연구과제 지원·예산 관리 등 행정 업무를 맡은 근로자들이 100여 명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00여 명도 계약 만료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로 인정을 받았으며, 7명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에서 해고된 서모 행정원은 “7년 동안 연구지원 업무를 해왔고, 육아휴직이 끝난 이후 다른 연구실에 재입사해서도 같은 업무를 이어왔다”며 “하지만 취업규칙 개정으로 하루아침에 근로계약 연장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ETRI도 KAIST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계약 갱신 근로자를 제외한 초회 계약 단일과제 수행 기간제 근로자 중 30%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70%에 해당하는 63명의 근로자는 곧 해고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들 중 4명이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해 1명은 복직했다. 나머지 3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됐음에도 ETRI 측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공연구노조는 KAIST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음에도 공공기관들은 기간제법을 피하려 꼼수를 부리고, 근로자 부당해고 판정이 이뤄져도 행정소송을 강행하며 법률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더는 산하 기관의 해고자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