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 재계, '공정경제 3법' 저지 총력…與 "철회는 안돼"

입력 2020-10-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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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부작용 고려"ㆍ손경식 "원천적 규제는 힘들어"…민주당 "합리적인 대안은 수렴"

▲대한상공회의소와 민주당 공정경제TF는 14일 오전 대한상의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왼쪽 다섯번째)과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왼쪽 네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경제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영 위기 속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다시 한번 펼쳤다.

잇따른 경제계의 반발에 여당은 합리적인 의견이 있다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공정경제 3법 추진이 21대 국회의 과제"라며 기존 견해를 고수하면서 정ㆍ재계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14일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 정책간담회를 잇달아 갖고 공정거래 3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경제계의 첫 주자로 나선 대한상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 챔버라운지에서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규제의 필요성과 범위 △해결 방법과 대안 △현실적인 부작용 등 세 가지를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얼마큼 필요한지 등에 대해 고려를 해달라”며 “일부 기업의 문제인지, 전체 기업의 문제인지를 보고, 그간 기업의 개선 노력을 감안했을 때 규제가 필요한지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병든 닭을 몰아내려고 투망을 던지는 꼴’이면 모두가 어렵지 않겠냐”고 꼬집으며 “해결책이 이것 하나인지 생각해달라”고 토로했다.

특히 박 회장은 “법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바운더리(한계선)라고 알고 있다”며 “선진 경제로 나아가 미래를 열자는 법 개정 취지를 감안하면 세부적인 해결 방법론도 높은 수준의 규범과 같은 선진 방식이어야 한다”고 지적, 법률 만능주의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민주당 공정경제 TF를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역시 대한상의와 같은 맥락의 의견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기업 지배구조와 공정거래에 관한 정부의 규제가 계속 강화돼왔고, 기업들도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춰 진화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한 경우에는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겠지만, 원천적으로 경영과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규제가 손실을 더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손 회장은 국회의원들의 ‘기업 인지 감수성’ 발휘도 당부했다. 그는 “이 문제는 선진국들에 비해 취약한 경영권 방어 제도와 함께 풀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영과 고용 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기업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정부와 국회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간담회에서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3% 룰 등 일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큰 우려를 표했다.

손 회장은 “국제 투기자본과 국내 투기펀드 공격, 소액주주들의 소송 남발 등이 이뤄진다면 핵심 경영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사법 대응 능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ㆍ중견 기업의 경우 대형 외부세력의 공격과 소액주주 소송 남발에 휘말리게 돼 경영 자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대한상의 역시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경제계의 호소에도 여당의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합리적인 의견이 있으면 반영하겠지만, 공정경제 3법의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 민주당 공정경제 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정부안을 원칙으로 검토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라면서도 “공정경제 3법은 20대 국회 때부터 많이 논의되면서 나름대로 검토를 많이 한 법이고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경총과의 간담회에서도 유 의원은 “재계의 합리적인 대안을 들을 자세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도 “무조건 ‘안 된다’, ‘어렵다’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주면 TF 의원들도 경청해 듣고 합리적인 고민을 하겠다”고 선을 그으며 공정경제 3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이처럼 여당의 완고한 태도에 경제계도 공정경제 3법을 완전히 저지하기보다는 이 법안과 관련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법안 통과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현실적은 부작용은 무엇인지, 최소화할 방향은 뭔지, 감내가 가능한지 검토해달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한 다음에 논의를 진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서도 법안 통과의 가능성을 크다고 판단하는 재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안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가 이사회에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 규정을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총 역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TF의 요구에 3% 룰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간담회 이후 취재진에 이와 관련해 "3% 룰에 대해서는 얘기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아닌지, 그 다음에는 감사위원을 세 사람을 다 별도로 (3%룰 말고) 일반 원칙에 의해 뽑는 게 옳은 방향성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도 오갔다"고 전했다.

재계는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향후 공정경제 3법에 관해 여당과 간극을 좁히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다음달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이와 관련한 토론회도 열 예정이어서 다시 한번 정ㆍ재계가 소통할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이번 만남에 대해 "진정하게 서로 얘기를 듣는 분위기였다"며 "충분히 의견을 전달하고 있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 내방과 비교해서도 "비교하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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