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정된 3GㆍLTE 주파수 재할당과 관련해 대가 산정의 방식과 규모에서 정부와 업계 간 격차가 4조 원가량 벌어져 양측이 결론을 내는데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최근 내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1조6000억 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건의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이통사가 재할당 대가와 산정 체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공동 작성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의 합리적 산정에 관한 공동 건의서’를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는 △재할당 대가 1조6000억 원 수준 책정 △재할당 대가 산정 과정 공개 △재할당 관련 공개토론 및 정책협의체 구성 등 3대 사항을 건의했다.
이통 3사는 재할당 주파수가 과거 경매 가격을 반영하는 대신 할당 기간의 예상 매출액의 3%를 반영하는 식으로만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준으로 이용 기간 5년을 반영하면 이 같은 액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통 3사는 전파법 시행령에 명시된 명확한 산정식에 근거해 학계 전문가 검증을 거쳐 제안한 값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 원을 반영한 것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2020~2024년 중기사업계획 수입전망치에서 내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5조5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5조5000억 원이란 수치는 최저 경쟁가격을 통해 산출한 대가총액(2조360억 원)을 대역폭(130㎒)으로 나눠 10㎒(메가헤르츠)당 대가를 1797억 원으로 확정해 단순 곱하기 한 숫자로 드러났다. 업계가 주장한 1조6000억 원보다 4조 원가량 많은 것으로, 지금까지 업계가 자체 방식 대신 과거 경매 가격을 반영하는 식으로 추산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3조 원 수준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많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과기정통부는 최저 경쟁가격을 반영한 단순 추계일 뿐이라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통해 11월 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상황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법에 관련 내용을 고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두 가지를 다 고려해 법에 유연하게 명시해 놓고 예측 가능한 방법도 찾겠다. 비용이 과도하지 않게 적정한 수준으로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업계가 추산한 재할당 대가의 격차가 상당한 만큼 어느 정도로 양측의 입장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또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업계 예상을 크게 벗어날 경우 업계의 상당한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주파수 재할당 관련 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 수조 원에 이르는 할당대가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전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 전파법에서는 할당대가 산정기준으로 예상 매출액, 할당 대상 주파수 대역폭 등을 삼는다. 산정기준에 따른 대가 산정방법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가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 위임 규정이 없어 법 해석에 따라 실제 할당 대가는 수조 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김영식 의원은 “주파수의 적정가치 산정기준이 없어 주파수 할당 시기마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전파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주파수 할당 대가 산정기준을 상향 입법하고, 구체적인 산정방법을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해 수조 원에 달하는 할당 대가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