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써봤을 크레파스. 이 크레파스가 요즘 인기다. 크레파스는 사실 일본 회사의 제품명으로, 정식 명칭은 '오일파스텔'(Oil pastel)이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며 한때 품절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가장 대표적인 오일파스텔 제작 업체 문교의 경우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오일파스텔 매출이 200~300%가량 늘었다"고 한다.
오일파스텔은 다른 화구에 비해 다루기 쉬우면서 자유로운 질감 표현이 가능하다. 기름기가 있어 유화나 파스텔 같은 질감을 표현할 수 있고, 문지르면 부드럽게 녹아서 덧칠하며 색을 쌓거나 다른 색과 쉽게 섞을 수 있다. 종이 위에 쓱쓱 그리면 부드럽게 녹으며 예쁜 그림이 피어난다.
직장인 나선옥(29) 씨는 요즘 쉬는 날이면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린다. 8월께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덕분에 오일파스텔의 매력에 빠졌다. "평소 노을을 매우 좋아하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을을 그린 유튜버 '오후의 시아'의 영상을 보고 오일파스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말했다.
나선옥 씨가 말하는 오일파스텔의 매력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붓을 비롯해 테라핀 유 등 기타 도구가 필요한 유화·수채화에 비해 오일파스텔은 스케치북과 오일파스텔 하나만 있으면 된다. 최대 3주를 말려야 하는 유화와 달리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오일파스텔은 브랜드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48색 세트에 1만 원대부터 9만 원대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고가의 제품이 색도 잘 쌓아지고 가루 날림도 덜 하지만, 처음부터 고가 브랜드를 장만하기보다 합리적인 가격대 브랜드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화방에서 오일파스텔을 낱개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값비싼 화구에 욕심내기보다, 색을 쌓는데 자주 쓰는 흰색, 노란색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색부터 고가 제품으로 마련하는 걸 추천한다.
그림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면 유튜브나 온라인클래스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오일파스텔이 인기를 끌면서 '탈잉', '클래스101' 등 각종 플랫폼에서 오일파스텔 드로잉 클래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도 구체적으로 오일파스텔 드로잉을 알려주는 계정이 늘어나고 있다.
나선옥 씨 역시 미술을 한 번도 배운 적 없지만, 유튜브와 SNS가 미술 선생님이 됐다. 나 씨는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의 그림이나 유튜브, SNS에서 그림을 구경한 뒤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지금 한창 오일파스텔에 빠져서, 그린 그림을 나눠주고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함께 그리고 있어요. 덕분에 다른 취미에 눈 돌릴 시간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