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측 1명, 머리 심한 부상 입고 병원행
중국, 대만 향해 탄도미사일 배치 등 최근 양국 갈등 최고조
중국이 대만섬 방향으로 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을 대거 배치하면서 양국 갈등이 최고조로 다다른 가운데, 영국령 피지섬에선 당국 관계자들끼리 주먹다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중국 외교관과 대만 무역사무소 대표단은 지난 8일 피지섬에서 다퉈, 이 과정에서 대만 관계자 1명이 머리를 다쳐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은 대만 건국 기념일에 피지섬 수도 수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수바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 2명과 피지 정부 각료 2명, 타국 외교관 등이 있었다. 중국 대사관 직원 2명이 다른 사람들과 사진 촬영을 하려 했고, 대만 대표단 중 한 명이 이를 제지하면서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대만 관계자 1명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피지 경찰들에게 중국 측은 외교관 면책 특권을 주장하며 체포를 거부했다. 이후 수바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대만 국경일 행사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대만 무역사무소 직원들이 중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도발을 해 중국 외교관 1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만 무역사무소는 피지 외교통상부에 항의서한을 제출한 상태다.
쩡호젠 대만 외교부 차관은 이날 대만 의회에 참석해 “중국 외교관 두 명이 행사장에 와서 둘러본 뒤 나갔는데, 이후 다시 찾아와 소리지르며 문을 부수려 했다고 대만 사무소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
대만의 여당인 민주진보당 소속 왕팅유 의원은 “기겁하고 격분할만한 사건”이라며 “피지에 있는 우리측 외교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외교관 다툼은 대만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갈등의 축소판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주장하지만, 올해 집권 2기를 맞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일국양제를 거듭 거부하며 양국이 동일한 지위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10일 대만 국경절에 군용기로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 무력시위를 한 데 이어 17일엔 대만섬 방향으로 초음속 탄도미사일 둥펑-17호를 전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