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K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감사보고서 제출 연기를 결정하면서 국내 상장 해외 기업에 대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SNK는 상장 이후 실적악화에도 대주주 맞춤형 고배당 정책, 13만배 차익이 가능한 스톡옵션 실시, 대주주의 빠른 투자금 회수 지원 등 본업 대신 자본유출 전략에 집중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운 바 있다.
21일 SNK는 감사보고서 제출 연기를 결정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7월 결산법인으로, 오는 29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21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감사인으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정기주주총회 일주일 전에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회사 측은 “일본 오사카부에 본점을 소재하고 있으며, 주요 영업활동이 중국 지역 등을 포함해 다수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19 확대에 따라 일본, 중국 입국 제한 등으로 결산, 감사 절차에 시간이 필요해 기한 내 감사보고서 제출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상장기업에게 과징금·과태료, 거래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위험요소다. 자본시장법으로 해석하면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은 사업연도 말 이후 90일 이내로 늘어난다. 여기에 해외법인의 경우 30일이 더 주어져 120일 이내 제출하면 된다. 즉 SNK의 사업보고서 마감기한은 11월 28일로 늘어난다.
한국거래소 측은 “SNK는 외감법 기준으로 21일까지가 제출 기한이었다”며 “해외법인이 포함된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제출 지연 사유를 설명하면 심의과정을 거쳐 추가로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감사보고서 제출 연기라는 해명에도 시장에서는 악재가 겹쳤다는 분위기다. SNK가 상장 이후 본업 성장에 집중하는 대신 자본유출에 방향을 맞춰 경영을 펼친 탓이다.올해 3월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신청 기업 중 대다수가 이미 부실기업으로 드러난 것도 부정적 학습 사례로 남았다.
SNK는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올해 결산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 줄어든 54억 엔(한화 58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 급감한 15억 엔(161억 원)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급감하는 와중에 지난 6월 1주당 3332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해 ‘자본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계 최대주주 및 대주주 지분이 63%에 달해 사실상 대주주 지원용으로 폭탄 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이어 사내 중국인, 일본인 임원진을 위해 하루 만에 13만 배의 차익이 가능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 편법 지원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앞서 8월 임직원 31명에게 52만8200 주식예탁증서(KDR)를 내줬는데, 행사 가격은 1KDR 당 0.1원(100KDR 당 1엔)으로 책정돼 곧바로 시장에 팔아도 13만 배 차익이 가능한 구조였다. 1KDR은 장내에서 거래되는 주식 1주와 동일하다. 당시 회사 측은 본점이 있는 일본법에 근거해 신주예약권을 발행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NK의 스톡옵션 구조는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스톡옵션 취지와 맞지 않았고, 고배당 정책도 시장 동향과 맞지 않는 자본유출로 해석했다”며 “킹오파 IP 이외 다른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며, 해외 기업으로 리스크가 높아 상장 이후 커버리지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SNK는 게임 ’킹오브파이터‘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회사다.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지난 2015년 중국계 자본에 매각되면서 사실상 중국 회사로 분류된다. 이후 기업공개는 코스닥시장에 해 국내 투자자들이 유통주식을 매매하면서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