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유사 비즈니스 모델 기업과 다른 전략
“리스크 있지만 부동산 가치 오르면 보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라닉이 배달용 음식을 조리하는 기업에 공간을 빌려주는 공유주방 서비스 기업 ‘클라우드키친스’를 세웠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위해 칼라닉은 문 닫은 식당과 자동차 정비 공장, 창고 등을 매입해 지난 2년 간 조용히 부동산 제국을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 분석 업체 레오노미에 따르면 클라우드키친스는 지난 2년 간 약 20개 도시에서 1억3000만 달러(약 1472억 원) 가량을 투자해 40건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칼라닉 회사가 시장에서 움직인다는 건 알았지만, 투자 규모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알려진 부동산 투자 규모로 보면, 확실히 칼라닉은 다른 스타트업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부동산 매입은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와중에 큰 도박이다. 음식배달 사업자 입장에서는 대형 레스토랑 공간 대신 공유주방을 이용함으로써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이나 포장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면서 큰 레스토랑 공간은 거추장스러지고 있다.
그런데도 칼라닉이 위험을 무릅쓰고 부동산 매입에 큰 돈을 쓰는 건 경기가 호전되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클라우드키친스는 5월 마이애미 비치의 레스토랑을 920만 달러에 매입했고, 앞서 3월에는 뉴욕 퀸스의 산업용 건물을 660만 달러에 사들였다. 칼라닉은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이 건물들을 헐값에 매입했다고 한다.
칼라닉의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든든한 돈줄이 있다. 클라우드키친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로부터 4억 달러를 조달했고, 골드만삭스는 칼라닉의 부동산 매입·개발에 거액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의아스러운 건 과거 ‘트러블 메이커’였던 칼라닉이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키친스는 회사 웹사이트에도 위치를 밝히지 않고 있고, 구글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는다. 심지어 칼라닉은 직원들에게도 링크트인 프로필 란에 회사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2009년 우버를 공동 설립한 칼라닉은 이 회사를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자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로 키웠다. 그는 2010년부터 우버의 CEO를 맡아 왔지만, 2017년 사내 성희롱 논란 등에 책임을 지고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말에는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을 전량 처분한 데 이어, 우버 이사직까지 그만두기로 하면서 사실상 우버와의 완전한 결별 수순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