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대상 기업 300곳 중 43%, 자동화로 인력 감원 계획
‘노동의 종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첨단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언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자들이 ‘이중고’에 빠진 형국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다.
2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날 발표한 ‘2020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향후 5년 내 일자리 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자동화 추세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2025년까지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빠르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전자상거래 등 기술 수용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WEF가 조사한 기업 300곳 중 43%가 자동화로 인력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노동시장 재편을 부채질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특정 분야 일자리 수 백 만 개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일자리의 미래’를 앞당겼다”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노동자가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WEF는 97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창출된 노동 시장은 인간, 기계, 알고리즘이 혼재하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WEF는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120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셈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일자리 창출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져서다. 2년 전 WEF는 일자리 창출 1억3300만 개, 상실 7500만 개로 예측했었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심화다. WEF는 노동시장 격변으로 특히 저임금 노동자, 젊은 층, 저숙련 기술자, 여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적절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공공·민간 분야에서 노동력 재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부를 향해 사회안전망 제공, 교육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기업이 일자리의 미래에 투자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조언했다. 또 민간 기업도 근로자가 뒤처지지 않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