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인수ㆍ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택·건설사업만으로는 수익이나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M&A를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곳은 GS건설이다. 최근 5년간 약 10건의 M&A를 완료하거나 추진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모듈러 주택시장 글로벌 매출 4위인 폴란드 단우드사와 고층 모듈러 주택을 제작하는 영국 엘리먼츠사 등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해수담수화 업체 GS이니마의 지분도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사모펀드(PEF)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린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신사업 추진과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도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에는 5억3000만 달러(약6200억 원)를 들여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작업을 완료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 도벨로퍼로의 도약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호반건설은 그룹 내 유통 계열사(호반프라퍼티)를 활용해 M&A에 나서고 있다.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를 사들인데 이어 금 유통 전문기업 ‘삼성금거래소’도 인수했다.
건설사들은 수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나설 수 있었으나, 이는 주택·건설사업의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임근구 삼정KPMG 건설인프라산업 본부장은 "국내 건설사는 주택사업과 같은 안정적인 사업에 집중하며 혁신을 위한 노력에는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M&A와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M&A의 경우 불확실성이 커 실패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던 HDC현대산업개발은 M&A가 사실상 무산하면서 막대한 계약금을 둘러싼 소송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GS건설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도 쉽지만은 아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가는 7000억~1조 원 사이로 예상된다. GS건설이 올 상반기 연결기준 2조 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자금이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GS건설의 부채비율 221.5%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순차입금도 1조 원에 달한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소송 관련 리스크 등이 있어 GS건설의 M&A 완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그간 이익률이 높고 우량 기업들을 인수해왔다"며 "두산인프라코어의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한 GS건설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