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트럼프’ 환기하며 “투표 해달라” 독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려한 화술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작심 비판하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현장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비전을 받아들이거나 내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대통령직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는 그 자신과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고 대통령직에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책은 바꿀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별로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가?”라고 매섭게 비판했다. 이어 한국과 캐나다를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언급하며 “한국의 인구당 사망률은 미국의 1.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을 다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 경제도 공격 대상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말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물려받았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망쳐버렸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 목적으로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언급했다. 그는 “만약 내가 재선에 도전하다가 비밀 중국 계좌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며 “폭스뉴스는 아마 나를 ‘베이징 배리(버락의 애칭)’로 불렀을 것”이라고 보수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2016년 ‘샤이 트럼프’의 등장을 환기하며 “나는 여론조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아주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저번에는 많은 사람이 집에 있었다”며 “이제는 안된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공식 지명된 후 처음으로 현장 지원에 나섰다. 현장 유세는 지지자들이 자동차를 타고 연설을 듣는 ‘드라이브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30분가량 이어진 연설에서 지지자들은 깃발을 흔들거나 경적을 울리며 환호와 박수를 대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장 유세 외에도 원탁회의에 참석해 “나는 지난 4년간 화나고 좌절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우리는 지난 4년간 봐온 것을 뚫고 나갈만한 충분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또 다른 4년을 이렇게 할 여력이 없다”며 “너무 많이 물러섰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첫 지원 유세 현장인 펜실베이니아는 대선 승부처로 꼽히는 6대 경합주 중 하나다. 지난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내 트럼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득표 차는 0.7%에 불과했다. 바이든 후보도 선거 기간 동안 펜실베이니아를 가장 많이 방문하며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