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와 디지털 성범죄 적발 협조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해 신설됐던 구글 등 해외사업자에 대한 ‘대리인 제도’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23일 종합감사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국감 내내 구글ㆍ페이스북 등 해외 거대 통신사업자들의 횡포와 갑질, 무책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라며 “개인정보 유출, 이용자 보호 관련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국내 대리인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유명무실하고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한 위원장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고 답했다.
김 부의장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 32조의5 ‘국내대리인지정에 대해 이용자 보호 업무 관련 자료제출 요구 및 시정조치 진행내역’에서 방통위가 법 시행 후 1년 6개월간 국내 대리인에게 자료 및 시정조치를 지금껏 단 한 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또 같은 법 64조에 따라 국내 대리인이 관계 물품ㆍ서류를 제출한 횟수도 ‘0건’인 것으로 드러나 방통위가 사실상 ‘국내대리인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대리인을 지정했으면 방통위에서 자료 제출도 요구하고 역할을 맡겨야 했다”며 “어렵게 법을 만들었는데 방통위가 자료제출ㆍ시정조치 한 건도 처리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해외기업들로부터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정보통신망법상 국내 대리인제도가 시행된 2019년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적발 건수가 2019년 2만5992건, 2020년(8월 기준) 2만4694건으로 2년간 5만686건에 달했다.
김 부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가 2년 사이 5만 건이 넘게 발생했고 이들 상당수가 트위터 등 해외 사이트에서 적발됐는데 국내 대리인 제도 시행 성과가 ‘0건’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른바 ‘N번방 사건’ 등 해외사업자를 통한 디지털 성범죄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전기통신사업법상에도 ‘N번방 방지법’이란 이름으로 이용자를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22조에 신설됐다. 사실상 두 법의 취지는 이용자 보호 등으로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사업자들에게 많은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부의장은 “해외 통신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법 위반 행위가 있을 때만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