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화웨이 배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28㎓(기가헤르츠) 대역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회사는 28㎓ 대역 기지국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지를 결정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장비를 쓴다.
이통 3사는 5G 3.5㎓ 기지국 구축 장비로 동일하게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쓰고 있고 LG유플러스만 여기에 화웨이를 추가해 쓰고 있다. 28㎓ 대역 기지국은 아직 한 곳도 구축되지 않았다. 다만, 이통 3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디지털 뉴딜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에 28㎓ 대역 5G 상용 기지국을 처음 발주했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주한 기지국 수는 소수이며, 이는 기업용(B2B) 서비스 실증 사업을 위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화웨이를 사용하는 한국의 LG유플러스를 향해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21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를 특정해 한국 측에 우려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5G 네트워크 구축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를 포함할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라는 점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달 14일 화상으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도 미국은 ‘화웨이 배제’를 재차 요청했다.
LG유플러스의 2013년부터 롱텀에볼루션(LTE)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3.5㎓ 대역의 5G 망을 구축할 때도 LTE 망과의 호환성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현재 국내 5G는 5G 망과 LTE망을 혼합해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 방식이기 때문에 LTE와 장비사를 일치시킬 필요가 있었다.
28㎓ 대역망은 3.5㎓ 대역보다 10배 넓은 대역폭을 확보해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구현할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LTE 대비 10배 빠른 5G’를 구현하려면 28㎓ 지원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28㎓ 대역에서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쓸지 주목받고 있다. 반 화웨이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8㎓ 주파수 대역에 기지국을 구축할 때도 NSA 방식을 중심으로 커버리지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 이론상으로는 장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즉,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현재까지 화웨이 장비가 국내에서 성능 등 문제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LG유플러스의 5G 주파수 대역폭은 타사 대비 80% 수준이다. 5G 주파수 경매에서 SKT와 KT는 3.5㎓ 주파수의 100㎒(메가헤르츠) 대역폭을, LG유플러스는 80㎒ 대역폭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파수 대역폭의 차이에도 올해 과기정통부의 5G 커버리지 품질평가에서 타사 대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다운로드 속도에서는 3위였으나, 6대 광역시에서 가장 많은 5G 커버리지를 확보한 업체는 LG유플러스였다.
미국의 압박에도 한국 정부가 선을 그어주고 있다는 점도 LG유플러스로서는 고민이 줄어드는 부분이다.
최근 미 국무부가 한국의 ‘클린 네트워크’ 참여를 촉구하자 우리 정부는 “민간 업체가 판단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클린 네트워크는 5G 통신망과 모바일 앱, 해저 케이블, 클라우드 컴퓨터 등에서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국 기업 제품을 배제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청해 왔다.
외교부는 “우리 이동통신 사업자가 특정 업체를 사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문제는 법령상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