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안 내년에도 이어질 것"
"목동 신시가지 7단지에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어요. 8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전셋집을 찾는 학군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는데 보유한 전세 매물이 없어 우리도 발을 동동 구를 지경입니다."(서울 양천구 목동 M공인 관계자)
새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으로 촉발된 서울지역 전세난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내달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다. 내년 서울 새 아파트 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반토막 날 전망이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좋은 학군과 학원가를 찾는 맹모(孟母)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올 겨울 서울 주택시장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세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직방에 따르면 내달 서울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296가구(1개 단지)에 그친다. 55가구가 나왔던 2018년 4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울 입주 물량은 12월 4104가구로 늘어나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 서울에선 1월 양천구 신정뉴타운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1497가구)를 시작으로 △디에이치 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아파트·1996가구) △고덕자이(고덕주공6단지 재건축 아파트·1824가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아현뉴타운 염리3구역 재개발 단지·1694가구) △서초 그랑자이(서초 무지개 재건축 아파트·1446가구) 등 대단지들이 잇따라 나오지만 총 입주 물량은 2만6940가구에 그친다. 올해 입주 물량(5만205가구) 대비 46% 넘게 급감하는 수치다.
통상 새 아파트 입주하면 이 중 상당수가 전월세 물건으로 공급되고, 또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는 경우엔 기존에 살던 전월셋집이 임대 물건으로 나오면서 임대차 시장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 특히 입주 물량이 많으면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세입자를 구해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임대차 계약을 이뤄진다.
그러나 새 아파트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전세난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불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3% 올랐다. 전주보다 상승폭이 0.02%포인트 커졌다. KB부동산 통계상으로는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0.51% 뛰었다. 9년래 최대 상승폭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저금리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진 데다 임대차2법으로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이 늘어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는데, 입주 물량마저 줄어들 경우 전세난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맹모들도 비상이다. 일반적으로 전세시장에선 11월부터 학군 배정과 함께 학원가를 찾는 부모들이 밀려들어온다. 그러나 강남구 대치동이나 양천구 목동 등 학군수요 사이에 인기가 좋은 지역의 단지들에선 전세 매물은 없고, 가격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울 노원구와 송파구, 강남구는 지난주 전셋값(부동산114 조사)이 각각 0.29%, 0.25%, 0.19%로 올랐다. 서울 전체 전셋값 평균치를 크게 웃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의 대단지이지만 현재 전매 매물은 '0건'이다. 가격도 전용면적 76㎡형이 9억 원 선이다. 호가는 10억 원에 육박한다.
지하철 5호선 목동역 인근에 있는 목동신시가지 7단지도 전세 물건이 없긴 마찬가지다. 주변 공인중개소들이 권하는 물건은 보증금 4억 원에 70만 원짜리 '반전세'(보증부 월세) 뿐이다.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물건은 아예 없다"며 "전세는 나오기 무섭게 계약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