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이재용 사법리스크 난관…국정농단 파기환송심 ‘발등의 불’

입력 2020-10-2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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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가 본격화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뉴삼성 체제'가 자리 잡기에는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실형 선고 여부가 변수다. 국정농단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원심보다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이 늘었다.

내년 1월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역시 이 부회장에겐 족쇄가 될 전망이다. 이 사건은 증거 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한다. 기록을 검토하는 데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사건 자체가 복잡한 만큼 1심만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에 촉각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관련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 측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34억 원)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16억 원)을 모두 뇌물로 인정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총 뇌물 공여액은 86억 원으로 늘어났고, 해당 자금의 출처가 회삿돈이라는 점에서 횡령액도 86억 원이 됐다.

현재 이 부회장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국정농단 재판에서의 실형 선고 여부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횡령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한다. 집행유예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일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 측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 측도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장의 작량감경 등을 통해 집행유예를 받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 측에 준법감시위원회라는 숙제를 내줬다. 재판부는 실효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이를 점검할 전문심리위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특검은 재판부의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여부를 감경 사유로 삼는 것은 근거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도 경영자 개인이 아닌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일관성을 잃은 채 예단을 가지고 편향적 재판을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개를 앞두고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전문심리위원’으로 단독 지정했다.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지정에 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절차 진행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는 취지다.

시작도 못 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은 장기화할 재판 기간과 불법성 여부가 문제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계획했다고 봤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중요 단계마다 보고를 받아 승인해왔다고 보고 9월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가 1년 9개월간 이뤄진 만큼 기록도 방대하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22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기록만 368권, 약 19만 페이지에 달한다"며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다음 재판까지 최소 3개월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변호인들도 "하루에 기록을 1000페이지씩 봐도 200일"이라며 고충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4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후에는 정식 공판이 시작돼 재판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이 사회적·경제적 파장 큰 사건이므로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만큼 이 부회장은 일주일에 1회 이상 법정에 나와야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재판은 재계 1위 삼성의 ‘경영권 승계 불법 여부’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의 불법 행위가 드러날 수도 있는 만큼 한국의 경영 환경과 자본시장, 국내외 기업인·투자자들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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