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독립 '제동'…부결 가능성 작지만 주주달래기 관건

▲LG화학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의 전지 사업부 독립에 제동이 걸렸다.

개인주주, 석유화학 노동조합에 이어 국민연금마저 전지 사업부 분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20%가량의 주주가 배터리 독립법인 설립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표심만 잡는다면 LG화학이 큰 무리 없이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분사에 반발하는 주주들을 달래지 못한 채 사업 분할을 진행하는 것은 주식회사로서 사업을 진행하는 LG화학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달 30일 임시주총을 열고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 안건을 다루고 12월 1일 자로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 같은 배터리 사업의 계획을 발표한 직후 개인주주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배터리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베팅했으나, 전지 사업을 물적 분할하며 배터리 사업의 과실을 회사가 독식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소액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신학철 부회장이 주주 서한을 보내 분할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 친화정책을 발표했으나, 이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마저 분사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분할계획의 취지 및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특히 LG화학 석유화학 노조 또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사 발표 이전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던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총 5조 원 이상이 증발했는데 지분율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자산도 최소 5000억 원이 사라진 셈”이라는 성명서까지 낸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지기엔 부담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비롯해 한국기업지배연구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인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주주총회 때까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주총을 열기도 전에 20%의 반대표를 떠안은 채 안건을 올리게 됐다. LG화학의 의결권 기준 주주 구성은 ㈜LG 약 30%, 외국인 약 40%, 국민연금 약 10%, 국내 기관과 개인주주 각 약 10%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반대에도 외국인, 기관 투자자만 확보한다면 LG화학의 전지 사업부 분할은 이변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정관상 사업분할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총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외국인과 기관의 선택이 이번 분사의 가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따르는 성향이 있다는 점에서, ISS,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번 분할에 찬성 의견을 권고한 만큼 분사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LG화학이 전지 사업의 물적 분할에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주주들의 반대가 있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주가치 증대가 최근 경영의 추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주심(株心)을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의사 결정을 한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주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다른 사업부의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하고 주주가치 역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분할과 관련해서는 LG화학 관계자는 "주총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발언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