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 구글 반독점 제소에 제휴 관계 위기
애플이 구글의 인터넷 검색엔진을 제공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아이폰용 검색 기술을 자체 개발하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애플의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14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었다”며 “아이폰 사용자가 홈 스크린 검색창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을 거치지 않고 자체 검색 결과가 뜨고 해당 웹사이트에 직접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런 웹 검색 기능은 애플의 내부적인 검색엔진 개발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구글과의 전면전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애플은 내부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기로 유명하지만, 구글을 대체할 자체 검색엔진 개발을 진행한 조짐은 여러 해 전부터 있었다고 FT는 전했다. 일례로 구글은 2년 반 전 인공지능(AI)·검색 책임자였던 존 지안안드레아를 수석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채용은 표면적으로는 AI와 음성인식 비서 ‘시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명목이었지만, 지안안드레아는 8년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색엔진을 운영한 경험도 애플에 가져왔다.
미국 법무부는 소장에서 “애플이 구글 제품을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면서 연간 80억~120억 달러(약 9조~13조6000억 원)를 챙겼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이런 막대한 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법무부의 제소로 재판 결과에 따라서 애플은 구글과의 독점적 제휴 관계가 무너질 수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아울러 구글은 ‘마치 한 회사’와 같았던 최고의 파트너 대신 사상 최강의 적을 맞닥뜨릴 위협에 놓이게 된다.
애플이 구글에 대적할만한 검색엔진을 만드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애플은 올해 순이익이 5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순현금 보유액은 현재 약 810억 달러에 달해 장기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FT는 강조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2년 구글 지도 대항마인 ‘애플 맵스’를 만들었지만, 오류가 너무 많아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세쿼이아캐피털의 빌 코프란 파트너는 “애플은 검색엔진을 만들기에 충분한 경험과 깊이가 있는 엔지니어 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