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형을 확정받았다. 보석 상태로 자택에 머물던 이 전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다시 수감 생활을 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8000여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 회삿돈 약 349억 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등 163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자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246억 원 횡령, 85억 원 뇌물수수 등을 유죄로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2억 원을 선고했다.
다스와 관련해 비자금 조성 약 241억8000만 원, 법인카드 사적 사용 약 5억7000만 원의 횡령액이 인정됐다. 삼성으로부터 받은 522만 달러(약 60억 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직권을 남용해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들에게 다스 미국 소송을 지원하게 했다는 등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기록물법 위반과 일부 다스 법인세 포탈에 대한 공소는 기각하고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면소로 판단했다.
2심도 1심의 유죄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다만 뇌물 혐의 인정액이 약 94억 원으로 늘면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약 58억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이날 대법원은 보석 취소 결정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재항고도 기각했다. 이로써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이 전 대통령은 다시 수감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중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취소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보석 취소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장을 접수했고, 항소심은 이에 관한 결정이 나올 때까지 보석 상태를 유지하도록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고등법원이 한 보석취소결정에 대하여는 집행정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고등법원이 보석취소결정을 고지하면서 재항고 관련 사항을 고지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재항고 결정과 관계없이 이 전 대통령은 실형이 확정돼 기결수 신분으로 수감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수감은 대검 예규인 ‘자유형 확정자에 대한 형집행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 진행된다.
관련 예규에는 형이 집행되는 즉시 검찰이 대상자를 소환해야 한다면서도 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을 이유로 연기를 요청할 경우 3일 한도 내에서 출석 연기를 허가하게 돼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집행 촉탁을 했고, 이 전 대통령 측은 연기신청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이 전 대통령이 30일 병원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일정이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규정에 따른 범위 내에서 연기를 허가해 다음 달 2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집행하기로 정리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병원 진료와 신변 정리 이후 2일 검찰에 출석한 뒤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 될 전망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되자 “법치가 무너졌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