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 없는 부동산거래시스템 구축'과 계약갱신청구권 확인 업무 강제화가 담긴 '홍남기 방지법'에 공인중개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국민 여론은 어쩐지 싸늘하다. 중개수수료(이하 중개료) 때문이다. 서비스 질은 근대적 수준에서 변한 게 없는데 집값이 뛰면서 복비가 과도하게 뛰었다는 게 이유다. 중개업계의 이기주의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행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은 각 광역지자체별로 조례로 정하게 돼 있다. 서울의 경우 현재 매매·교환 요율 및 한도액은 △5000만원 미만 0.6% 또는 25만 원 △2억 원 미만 0.5% 또는 80만 원 △6억 원 미만 0.4% △9억 원 미만 0.5% △9억원 이상 0.9%로 정해져 있다. 임대차 등은 △5000만 원 미만 0.5% △1억 원 미만 0.4% △3억 원 미만 0.3% △6억 원 미만 0.4% △6억 원 이상은 0.8%이다.
특히 매매거래에서 2억~6억 원 미만부터는 한도액이 없다. 지난해부터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중개료도 덩달아 치솟았다. 10억 원 짜리 아파트를 매매거래하는 경우 중개사가 받을 수 있는 보수는 최대 900만 원인데,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1800만 원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은 올해 1월 처음으로 9억 원(KB부동산 통계) 을 돌파했다.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0억 원을 넘어섰다. 집값은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올랐다. 기술 발전으로 부동산거래 시장의 문화가 바뀌는데도 중개업계는 서비스 선진화 없이 수수료만 챙긴다는 원성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결국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인중개사 수수료 문제에 대해 다각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중개사들도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중개료는 주택 시장의 묵은 논란거리다. 올해 초에도 복비가 얼마 들지 부동산 거래 전 계약서상에 미리 명시토록 한 법안이 결국 무산됐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전국 10만 명에 달해 정부 입장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번에도 장관이 직접 수수료 검토를 입에 담았지만 실제 이를 현실화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1984년 부동산중개업법 제도 도입 이후 36년간 정부가 중개 보수 손질에 나선 건 두 차례 뿐이다. 시장에선 한도액 설정, 거래 금액 구간 세분화 등으로 중개 보수료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처럼 중개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매도자만 중개수수료를 부담하는데 낮게는 매매가격의 2~3% 수준이지만 높게는 6%까지 수수료를 매긴다"며 "다만 단순한 중개가 아닌 세무·등록 업무 대행과 인테리어 업체 연계, 컨설팅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매물 내부에서 나오는 해충의 종류까지 서류에 기재할 만큼 세세한 정보까지 제공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