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은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4명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시 부문에서는 김행숙의 시집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인유를 전면적으로 사용하며 인유의 시적 가능성을 한껏 밀고 나갔다"고 평했다.
김행숙 시인은 "2020년에 상 받은 걸 기억할 것 같다"며 "마스크를 쓰고 다른 방식으로 만나니 올해 일어난 일은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학상은 '이미 쓴 시'에 주어지는 것이지만, '아직 쓰지 않은 시'를 물어보는 것 같았다"며 "시적 순간들에 한층 깊어지고, 시의 현재에 최대한 성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가로 프란츠 카프카를 꼽았다. 김 시인은 "카프카는 발견을 떠나서 동시대 사람보다 많이 대화하고 책장에서 가깝게 꺼내보는 존재"라며 "나에겐 오래된 작가도, 죽은 작가도 아닌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작가"라고 말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김혜진 소설가의 '9번의 일'이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노동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우리 삶의 근간인 노동 문제를 통해 참혹한 삶의 실체를 파헤치는 냉철하고 집요한 시선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9번의 일'은 권고사직을 거부한 채 회사에 남아 계속 일을 하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김 소설가는 "소외된 것들이 나와 멀리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밝은 것, 중심에 있는 것들이 나와는 멀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글 쓰는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되는 동시에 무의미하고 보잘 것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이 많다"며 "이 일을 통해 제가 만나게 된 세계는 이전보다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했다.
평론 부문에서는 '서정의 건축술'로 유성호 평론가가 수상했다. 한양대 인문과학대학장이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유성호 평론가는 자신의 평론 경향성에 대해 "시인이나 작가들이 하고자 했던 말들이나 작가 본인도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비평가가 찾아내는 일이 작품을 보는 일"이라고 했다.
주하선 번역가는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번역부문 상을 받았다. 그는 번역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원작이 굉장히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쓰여서 번역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공감을 많이 했던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번역가의 개입을 얼마나 최소화하고 이 책이 담은 이야기를 어디까지 온전히 전달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대산문학상은 수상자에게 각각 5000만 원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상패 '소나무'가 수여된다. 총 상금 규모만 2억 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시와 소설 수상작은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서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