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통치 공백,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도
새 경기부양책 시급하지만 내년 1월로 미뤄질 가능성
글로벌 증시 하락 확실시·엔화 강세 등 경제 부작용 막대
미국 대선 결과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 집계 지연으로 당선자 확정이 미뤄지면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연방정부의 경기부양책 혜택 만료로 가뜩이나 혼란한 시기에 대선 이후 정치적 마비와 교착상태까지 겹치면 심각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경종을 울렸다.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33.1%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4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했던 2분기의 마이너스(-) 31.4%에서 극적으로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의 약 66%밖에 회복하지 못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전반적인 소비지출은 여전히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레스토랑과 호텔, 엔터테인먼트에서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부문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19로 인한 위축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문제는 이번 4분기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경제활동이 둔화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은 관광산업과 접객업, 요식업 등 서비스 부문의 극심한 침체가 더욱 악화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저유가에 허덕이는 석유산업의 침체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WP는 “미국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선거 이후 할 일, 특히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패할 경우 무슨 일을 할지”라며 “특히 3일 선거 이후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까지 거의 3개월 기간은 공중보건 전문가와 경제학자 모두 코로나19 재확산이 미국을 강타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 기간 통치 공백이 심각한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수백만 명 미국인은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해 전기와 수도가 끊길 위험에 놓였다. 세입자와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실업자 등에 대한 각종 보호 조치는 연방정부의 새로운 부양책이 없다면 연말에 만료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선거 전 협상에서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부양안 도출을 대선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그러나 대선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온통 여기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며 글로벌 기축통화국이자 금융 중심지다. 이에 대선 결과 발표 지연은 즉각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만의 에릭 누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선거 후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이 이어졌던 1개월여 간 뉴욕증시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올해 대선이 법적 투쟁으로 비화하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11월 한 달 간 5% 하락했다.
일본은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는 데 따른 엔화 강세를 우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대선 결판이 나지 않으면 달러당 102엔대 중반까지 엔고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엔 환율은 104엔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방크의 홀거 슈미에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논쟁이 패배자를 지지하는 시민의 시위와 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유럽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 나라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큰 다른 나라, 특히 한국과 일본, 유럽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중국 주요 은행들도 미국 대선 기간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을 경고하는 이례적인 성명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