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상장 무기한 연기 후폭풍... 中시장 불신 커진다

사상 최대 규모로 기대를 모았단 중국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가 연기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중국 당국이 앤트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IPO에 제동을 걸면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 중국 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모회사 알리바바그룹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 창업자 마윈의 자산도 하루 만에 28억 달러(약 3조 원)나 쪼그라들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앤트는 이날 밤 홍콩과 상하이에서 계획했던 IPO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앤트를 실질 지배하고 있는 마윈 창업자가 전날 금융 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게 이유다. 앤트는 5일 홍콩과 상하이에 상장해 사상 최대인 총 34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갑작스럽게 IPO가 연기되면서 투자자가 납입한 돈은 반환되며, 상장 시기도 무기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거래소 측은 중국 금융당국이 마윈 등 회사 임원들을 전일 소환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회사가 상장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그룹 임원들과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일각에선 앤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군기 잡기’로 보고 있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금융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 규제 당국과 은행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당시 그는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혁신에도 뒤처져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전날 마윈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중국은행보험감독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가외환관리국에 불려가 ‘예약 면담’을 했다.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과 후샤오밍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소환됐다. 예약 면담은 중국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의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요구사항을 전달하거나 질타하는 일종의 ‘군기 잡기’다.

앤트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이용자가 10억 명이 넘으며, 가계대출과 자산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기존 대형 은행을 능가한다.

이런 앤트의 성장세는 중국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당국은 앤트처럼 빠르게 성장한 핀테크 분야에서 새로운 금융 리스크가 높아지는 사태를 경계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상 최대의 IPO를 성공시키면 앤트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홍콩에서는 개인 투자자 155만 명이 IPO에 응모, 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서구 투자자들도 앤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프리마켓에서는 공모가를 50%나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NYT는 “앤트는 중국의 금융ㆍ정치 시스템에서 오랫동안 특권을 누려온 중국 국영은행의 우위에 도전하고 있다”며 “그간 규제 당국은 앤트의 급성장을 예의주시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싱크탱크인 제로원연구소의 유바이청 소장은 “당국은 핀테크 분야의 위험성과 규제 방안을 오랫동안 검토해 왔지만, 이 모든 게 특정 시기에 갑자기 몰려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규제 당국의 스탠스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앤트의 상장에 제동을 걸면서 해외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례적인 상장 연기가 시장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킬 수 있다”며 “민간 주도로 발전해온 핀테크 분야에서 국가 통제가 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트그룹 모회사인 알리바바 주가 추이 (뉴욕증시 기준) 3일(현지시간) 285.57달러